“우한 교민 여러분 편히 쉬다 가세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과 인근 지역 체류 교민 368명이 31일 임시 생활시설인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군 충북혁신도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도착했다. 교민들을 태운 경찰버스는 순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바로 수용 시설 내부로 들어갔다. 우려했던 지역 주민들과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버스 차량 창문을 통해 본 탑승객들은 마스크를 쓴채로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버스 운전기사도 머리까지 덮을 수 있는 방역복을 입은 채로 운전대를 잡았다.
전날까지 교민 수용을 거세게 반대한 해당 지역 주민들은 회의를 열고 반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주민들은 교민을 태운 차량이 수용시설로 들어가는 것을 조용히 바라봤다. 진천의 한 주민은 공무원인재개발원 진입로에 교민 수용을 환영하는 현수막을 부착하기도 했다.
진천 주민들은 전세기가 김포공항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집회 장소를 정리하는 등 자진해서 격리 수용 반대 천막을 철거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이날 아산시 초사2통 마을회관에 임시 집무실을 꾸리고 업무에 돌입했다. 오세현 아산시장도 개발원 정문 앞에 이동 시장실과 방역본부를 마련했다. 진천군도 공무원인재개발원 인근에 재난안전상황실과 초소를 설치했다.
양 지사는 “임시생활시설에 있는 교민들도 시설 인근에 있는 주민들도 우리가 옆에 있어줄 때 더 큰 힘이 생기고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교민 분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며 생명과 안전을 지켜드리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전했다.
교민들은 앞으로 최대 잠복기인 14일간 수용시설 건물 안에서만 지내게 된다.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과 국방부 군의관·간호장교 등이 교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건강 상태를 확인한다. 방역원칙에 따라 12세 이상은 1인 1실을 사용하고, 보호자의 보살핌이 필요한 12세 미만 어린이는 가족과 함께 방을 쓴다. 외출과 외부인 출입 모두 금지된다. 식사는 도시락이 지급된다. 교민 편의를 위해 와이파이를 설치하는 한편 책·신문·TV를 비치하고, 어린이를 위한 휴게공간도 마련했다.
2주간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보건교육을 받은 뒤 귀가할 수 있지만, 체온이 37.5도 이상으로 오르거나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곧바로 가까운 격리의료기관으로 이송된다.
진천·아산=홍성헌 전희진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