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국내 2차, 3차 감염이 잇따르고 있다. 세 번째 환자(3번 환자)가 확진되기 전 몸살기운을 보일 때 같이 밥을 먹은 사람이 6번 환자가 됐고, 그와 접촉한 가족 2명도 양성 반응을 보여 3차 감염이 우려된다. 5번, 7번 환자의 접촉자 중에도 양성 반응을 보인 이들이 나왔다. 지역사회 감염, 일상생활 감염이 현실화된 것이다. 3번→6번의 2차 감염은 증상이 그리 심하지 않아 일상생활이 가능한 시기에도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음을 보여줬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체내에서 잠복기를 거친 뒤 증식기에 진입해 발열 기침 등 증상을 유발하며 증식량이 많아질수록 전염력도 커진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2차, 3차 감염은 주로 의료기관에서 발생했다. 감염자가 병원에 찾아갈 만큼 증상이 심해진 뒤 전염과 확산이 이뤄졌는데, 신종 코로나는 3번 환자의 증상이 시작된 직후에 2차 감염을 일으켰다. 아직 검증되지 않았지만 중국에선 무증상 잠복기 환자로부터 전염됐다고 의심되는 사례도 나왔다. 현재 방역체계는 방중 여부와 증상 유무를 기준으로 잠재적 감염자를 분류·추적하고 접촉자를 관리하고 있다. 메르스 경험을 반영한 이 방식이 새로운 변종인 신종 코로나 대처에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세계보건기구는 메르스 유행 때 하지 않았던 글로벌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방역체계를 면밀하게 재정비해야 할 상황이 됐다.
지금 필요한 방역의 두 갈래는 공항과 항만에서 바이러스의 유입을 막고 이미 지역사회에 전파된 바이러스의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다. 증상 없이 입국했다가 확진되는 경우가 잇따랐다. 입국 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할 상황에 대비해 위험지역에서 들어오는 이들의 지역사회 활동을 최소화하고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지역사회 확산을 막으려면 역학조사부터 빈틈이 없어야 한다. 3번 환자는 역학조사에서 파악한 증상 발현 시각이 2차 감염 후 재조사에서 번복돼 관리 대상 접촉자가 뒤늦게 추가됐다. 일상접촉자로 분류했던 6번 환자가 사실은 밀접접촉자였던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런 착오는 바이러스 확산 저지에 가장 중요한 조기 발견을 가로막는다. 바이러스를 조기에 찾아내려면 철저한 역학조사와 치밀한 추적관리에 더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와 포용의 태도가 필수적이다. 위험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당국에 알려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과도한 공포와 혐오를 버리고 우리 공동체의 문제로 인식할 때 그런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아산시민들이 첨예한 갈등을 딛고 우한 교민들을 포용하며 벌인 ‘우리가 아산이다’ 캠페인은 이 사태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사설] 결국 지역사회 감염, 방역 재정비해야
입력 2020-02-01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