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전반에서 비건주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채식주의가 대중화되더니 패션, 뷰티업계에서도 동물성 재료를 지양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인식이 개선되면서 거부감이 줄어든 데다 제품의 질도 높아지면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광고대행사 이노션은 지난해 12월 ‘슈퍼 애니멀 퍼’ 프로젝트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한 여성 사냥꾼이 하늘을 나는 천마, 구름 모양 고양이 색묘림, 꽃과 새가 결합한 동물 화화 등 3마리의 ‘슈퍼 애니멀’을 사냥하러 떠나는 내용이다. 사냥꾼이 총알 대신 꿀벌을 쏘는 ‘비건(Bee-Gun)’을 사용하는 등 동물을 죽여야 얻을 수 있는 천연 모피 대신 더 매력적인 인조모피를 사용하자는 의미가 담겼다. 이 영상은 국내외에서 한 달여 만에 30만명이 시청했다.
이노션은 이 캠페인을 비건 패션 브랜드 ‘비건타이거’와 협업해 진행 중이다. 국내 최초 비건 패션 브랜드인 비건타이거는 슈퍼 애니멀 퍼 캐릭터를 모티브로 의류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이노션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들과 머리를 맞대 잔혹한 방식으로 사냥하지 않아도 털을 얻을 수 있는 상상 속의 슈퍼 애니멀을 창조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조모피를 앞세운 비건 패션은 빠르게 대중화하고 있다. 가치 소비를 선호하는 이들에게 호응을 얻은 데다 품질도 점점 좋아진 덕분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패션 제품 소비자들은 가치 소비에 관심이 많아 일찌감치 비건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졌다”며 “천연모피가 구현해낼 수 없는 색상과 디자인을 인조모피가 만들어낸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CJ ENM 오쇼핑 PB브랜드 엣지는 지난해 페이크 퍼로 만든 ‘테디베어 폭스 무스탕’을 방송 30분 만에 5500벌 판매하기도 했다.
패션업계에서 기능성을 가장 중시하는 아웃도어 업계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패딩 제품에는 후드와 충전재에 라쿤털, 토끼털, 거위털, 오리털 등이 두루 사용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친환경 충전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자체 개발한 친환경 인공 충전재를, 블랙야크는 윤리적 방법으로 채취해 ‘책임다운기준(RDS)’ 인증을 받은 털을 쓴다.
뷰티업계에도 비건주의 열풍이 불고 있다. 비건 화장품은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제품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비건 화장품 디어달리아가 2017년 론칭해 매년 2~3배씩 매출이 신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동물보호단체(HSI)의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캠페인 비크루얼티프리에 대한 기부 캠페인도 진행했다. 화장품브랜드 어퓨도 지난해 3월 비건 화장품 맑은 솔싹 라인을 출시했다.
비건 식품은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비건 식품의 판매율은 2018년 같은 기간 대비 40% 증가했다. 품목별로 보면 콩고기 판매가 60% 늘었고, 이를 이용한 콩가스나 콩불고기 등 다짐육 매출도 3배 늘었다. 가공식품 중에서도 ‘채식 카레’ 판매가 2배 이상(117%) 늘었고 채식 라면도 12% 더 팔렸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