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국내 첫 2차 감염이 발생함에 따라 우려했던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한층 커지고 있다. 독일과 대만 일본 베트남 등에 이어 ‘중국 밖 2차 감염’이 확인됨에 따라 한국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닌 상황이 됐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2차 감염자가 기존 확진자의 접촉자로 방역체계 안에서 감시를 받아왔던 상황이어서 불행 중 다행”이라며 “지역사회에 본격적인 ‘유행(epidemic)’의 고리가 되진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간 국내 확진자 모두 중국 유입 사례라며 지역사회 전파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그어왔던 보건 당국은 2차 감염에 이어 3, 4차 감염으로 이어지진 않을까 바짝 긴장하고 있다.
30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6번째 확진자인 56세 한국인 남성은 지난 26일 확진을 받고 격리 조치된 3번 환자(54세 한국인 남성)의 접촉자다. 그는 자가 격리상태로 능동 감시를 받던 중 검사에서 양성이 확인돼 이날 국가지정 입원치료시설인 서울대병원에 격리 조치됐다.
중국 거주자인 3번 환자는 지난 20일 입국 후 22일 증상이 나타난 뒤에도 6일간 지역사회에 머물면서 서울 강남과 한강, 경기도 일산 등의 다중이용시설을 무방비로 돌아다닌 사실이 밝혀져 그간 그의 접촉자들에 의한 2차 감염 가능성이 제기돼 왔었다.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3번째 확진자의 접촉자는 95명이지만, 현재까지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2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6번째 환자처럼 2차 감염으로 확진 판정 받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당국이 지난 27일까지 확인한 확진환자 4명의 접촉자 수는 총 387명이다.
당국은 6번 환자가 3번 환자와 접촉한 시기와 방법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접촉자의 경우 자가 격리 상태에서 해당 지역 보건소에서 전화 등으로 발열 등 증상 발생 여부를 체크한다. 보건 당국은 현재 즉각 대응팀을 출동시켜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간 감염병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2차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중국 이외 다수 국가에서 중국 여행을 하지 않은 내국인들에게 2차 감염이 발생한 만큼 국내 발생도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엄중식 가천의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해외에서 2차 감염 사례가 보고됐기 때문에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며 “다만 현재 공개된 정보가 제한적이어서 환자와 어느 정도 접촉했는지 등을 봐야 상황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엄 교수는 “6번 환자의 접촉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역학조사 결과를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일단 방역체계 안에 있던 대상 중에 추가 확진자가 발견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5번째 확진자인 32세 한국인 남성도 업무차 중국 우한을 방문했으며 지난 24일 귀국 후 자가격리 상태에서 능동감시를 받아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엄 교수는 “중국처럼 3, 4차 감염 발생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그렇게 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제일 무서운 게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로 파악되지 않아 보건 당국 감시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에서 감염자가 나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2차 감염 사례 발생에 따라 그동안 중국 방문력을 기초로 한 방역대책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광범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