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기 1대가 30일 밤 인천공항을 출발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한국인 700여명 중 360여명을 먼저 태운 뒤 31일 오전 김포공항으로 돌아온다. 정부는 당초 30일 전세기 2대를 띄우고 31일에도 2대를 보내 수송할 계획이었으나 중국 측의 제동으로 1대로 축소되고 시간도 크게 지연됐다. 정부가 중국 당국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수송 계획을 발표하는 바람에 우한 교민들이 큰 불편과 혼란을 겪었다.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은 대한항공 전세기 1대는 30일 오후 8시45분 인천공항에서 출발했다. 외교부 직원과 국립중앙의료원 소속 의료진, 국립인천공항검역소 검역관 등으로 구성된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도 탑승했다. 전세기는 우한공항에서 검역 절차 등을 거치고 우리 국민 360여명을 태운 뒤 귀국길에 올랐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31일 귀국하는 교민들은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 양쪽 시설로 분산 배치된다”고 밝혔다.
신속대응팀장인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은 인천공항에서 취재진에게 “30일 귀국을 희망하던 국민들의 귀국 시간이 다소 변경되기는 했지만 31일 새벽에는 모시고 올 수 있게 됐다”며 “나머지 국민들도 조속히 귀국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중국과의 협의를 빨리 마무리해 2차 수송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정부의 당초 계획이 틀어지면서 철수 과정에 혼란이 빚어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책 관련 브리핑에서 “전세기 2대로 이틀간 네 차례 비행을 통해 귀국시키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전날 저녁 중국 측으로부터 ‘우선 1대의 운영만 승인할 예정’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우리 측의 계획에 퇴짜를 놓은 것이지만, 정부가 중국 측과 충분한 사전 교감 없이 계획을 발표한 측면도 있다.
우리보다 먼저 전세기를 띄운 미국과 일본은 하루에 1대만 보냈다. 우리 정부는 하루 2대 운항 계획을 세우고 밀어붙였지만 중국과의 협의가 잘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협의 내용에 관해 함구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전세기 운항 계획 변경에 대해 “중국 측과 협의에 의해 변경될 수 있다고 전날 설명을 했던 사안”이라고만 말했다.
전세기를 타기 위해 우한 인근 지역에서 우한공항으로 향한 교민들은 중국 당국의 우한 봉쇄 및 통제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어려움이 있어서 도착하지 못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어떤 교통편이 있는지 중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하루 1대만을 늦은 밤시간에 운항하도록 허가한 것은 국가적 위신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 때문에 외국인의 집단 탈출(엑소더스)이 이어지는 모습이 중국의 대내외적 위신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도 전세기 투입을 놓고 중국과 협의하면서 애를 먹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헌 기자, 청주=홍성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