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교민 ‘철수 작전’ 조종사·승무원 자원 줄이었다

입력 2020-01-31 04:05
중국발 항공기 이용객(왼쪽)이 2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샤워캡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대한항공 항공기.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귀국하는 교민을 수송하는 전세기에 조종사와 승무원들이 탑승을 자원했다. 질병 감염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현장으로 달려간 것이다.

최근 국내에선 우한 교민에 대한 무분별한 혐오가 넘치고, 임시 생활시설이 있는 지역에선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는 등 이른바 ‘님비 현상’이 들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 이들처럼 모두가 서로 배려하고 힘을 합쳐 국가적 재난을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0일 대한항공 조종사 새노조에 따르면 우한행 전세기에 탑승하기로 결정된 조종사 4명은 모두 운항을 자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기장을 맡은 조종사 2명은 전세기 보잉 747과 에어버스 330의 관리자급인 팀장으로 솔선수범해 나섰다. 노조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세기를 운항하는 것으로 결정된 조종사 기장과 부기장 모두 자원을 해서 가는 것”이라며 “평소 각 기종의 팀장을 맡은 조종사들은 비행 역량을 유지하기 위해 한 달에 1~2번 정도 비행을 하는데, 기장들이 모두 관리자급으로 이뤄진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조종사들은 평균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이다. 이들은 “누구에게 미룰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국민의 안전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도 “운항을 맡은 조종사들 모두 같은 기종에 속한 후배 조종사들을 ‘내 새끼’처럼 생각한다”며 “다른 의미는 없고 회사 내 어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승무원들도 우한행 전세기 탑승을 자원했다. 노조 객실지부 간부인 객실지부장과 객실사무차장, 대의원 등 10여명이 스스로 전세기에 탑승하겠다고 나섰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이들의 자원을 높이 평가하고 격려하기 위해 전세기 탑승을 결정했다. 이들은 질병 감염 우려뿐 아니라 비행 이후 일정 기간 격리돼 생활하는 것에 동의해야 한다. 이런 위험과 불편을 무릅쓰고 솔선수범하며 자신의 역할을 맡은 것이다.

방역 최일선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23일 중국에 파견한 역학조사관들은 베이징에 있는 한국대사관에 머물며 필요시 지역을 이동해 현지 교민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지원하는 등 교민의 건강보호를 책임지고 있다.

우한 교민이 송환돼 임시로 거주하는 시설에는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과 국방부 군의관, 간호장교 등이 14일간 교민과 함께 생활한다. 이들은 매일 두 차례 교민의 신종 코로나 증상 유무를 체크하고 증상이 나타난 교민은 즉시 인근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역할을 한다. 교민과 24시간 지내며 식사 준비와 세탁, 심리치료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까지 총 150명 규모의 정부합동지원단은 교민이 건강한 상태에서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그런 공포와 불안감이 있는 국민의 마음은 이해한다”면서도 “우한 교민 거주 시설이 들어오는 지역 주민들도 교민들에 대한 이해나 공감을 해줘야 한다.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모규엽 조민아 김영선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