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은 안되고 아산은 되나”… 성난 주민들, 장관에 계란세례

입력 2020-01-31 04:01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30일 오후 우한 교민 임시 거주시설인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을 방문했다 주민들로부터 계란세례를 받자 경찰들이 우산을 펴 막고 있다. 뉴시스

우한 교민들이 머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혁신도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인근 지역주민들은 더욱 격앙되고 있다. “다른 곳도 많은데 왜 우리한테 보내느냐”는 지역이기주의적 양상이 노골화된 모습이다.

진천군 주민 100여명은 30일 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우한 교민 수용 반대 궐기대회를 열고 정부 결정을 규탄했다. 주민들은 ‘중국 우한 교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수용 결사반대’ ‘바로 길 건너면 아파트 단지’ 등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개발원으로 가는 도로를 봉쇄했다.

이봉주 진천군 이장단협의회장은 “정부는 공무원인재개발원이 외딴곳에 있다고 발표했지만 불과 수백m 앞에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주거밀집지역”이라면서 “보건복지부는 당초 아산 경찰인재개발원만 격리 수용시설로 정했다가 진천을 포함시킨 이유를 제대로 해명조차 못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이곳을 방문해 주민간담회 자리에서 “이미 확정된 상태라서 시간이 없다. 우한 교민을 외면할 수 없는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설득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어린아이 때문에 농성장에 나왔다. 절대 못 온다” “지금이라도 한적한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 등 막무가내식 성토만 이어갔다.

주민들의 논리는 공무원인재개발원 반경 1㎞에는 아파트 등 6285가구 1만7237명이 거주하고,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중학교 등 교육기관 10곳이 있다는 것이다.

주줌하는 듯했던 경찰인재개발원 인근 주민들의 반대 움직임도 다시 커지고 있다. 이곳을 방문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양승조 충남도지사에게 계란·초코파이 세례를 퍼부으며 “돌아가서 다시 결정하라”고만 했다. 한 주민은 “천안은 안 되고 아산은 되는 이유가 뭐냐”고 대들기도 했다.

진 장관은 “여러분께 설명을 드리고 이해를 구하기 위해 왔다”며 “우한에 있는 분들이 너무 고생하시고 계신다. 주민분들께서 걱정하시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흥분한 일부 주민은 급기야 진 장관이 마을회관으로 이동하자 “장관 만나야겠다”고 소리를 지르며 회관 유리문을 깨기도 했다. 진 장관은 이후 진천으로 이동해 주민들과 만남을 가졌다.

페이스북에 ‘We are Asan(우리가 아산이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 많이 힘드셨죠? 아산에서 편히 쉬었다 가십시오’라고 적힌 팻말 사진과 함께 환영 손피켓 릴레이에 동참하는 글을 올린 아산시민의 모습. 페이스북 캡처

한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차분하게 우한 교민을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진천군과 인접한 음성군은 대책본부를 구성해 공무원인재개발원 일대 방역 강화에 나섰다. 대책본부는 우한 교민을 수용할 공무원인재개발원과 주변 인구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방역을 실시하고 유증상자가 발생할 경우 신속히 대응키로 했다.

경찰인재개발원 곳곳에는 차량·개인용 소독시설 등이 설치됐다. 기차역과 버스터미널 등 많은 이가 오가는 장소에서도 전염 예방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충남도는 관리체계 매뉴얼을 배포하는 한편 음압구급차와 진단·분석장비 등을 갖추기 위한 특별교부세(26억원)를 정부에 요청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우한 교민들이 한밤중이나 새벽에 경찰버스를 타고 격리시설에 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돌발상황만 없다면 주민들께서 우려할 만한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진천·아산=홍성헌 전희진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