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부터 ‘터널’ 벗어난 삼성 반도체, 올해는 상승세 탄다

입력 2020-01-31 04:04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났다. 반도체 가격 급락이 주원인이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반도체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터널’은 벗어났다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가격이 안정을 찾고 수요가 증가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0일 지난해 매출은 230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27조77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58조8900억원)보다 무려 52.8% 감소했다. 지난해 D램 가격이 2018년 9월 고점 대비 60% 이상 떨어진 영향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부문(DS) 매출은 전년 대비 19%나 줄어든 95조5000억원에 그쳤다.

반도체 영업이익(14조200억원)은 2018년(44조5700억원)보다 30조55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 감소분(31조1200억원)과 거의 비슷하다. 다행히 4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은 3조4500억원으로 전 분기(3조500억원)보다 나아졌다. D램 가격이 안정세를 찾고 낸드플래시 수요도 상승세를 탄 결과다. 5G칩, 중국의 HPC칩 수요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스마트폰도 다소 부진했다. IT·모바일(IM)부문 연간 매출은 107조3000억원으로 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9조3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 가까이 감소했다. TV·냉장고 등 가전부문(CE)은 선방했다. 지난해 가전 매출은 44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조6000억원으로 0.6% 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춤했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세계 반도체 시장점유율(매출 기준)은 12.5%로 인텔(15.7%)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스마트폰 시장도 만만치 않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지난해 4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시장점유율(출하량 기준) 18.9%로 삼성전자(18.4%)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를 비롯해 전체 실적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서버업계의 데이터센터 투자 등으로 D램 수요가 증가하고, 전 세계적으로 5G폰 출시량이 늘며 메모리반도체 사용량이 늘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올해 D램은 연간 10% 중반 성장하고 낸드(NAND)는 20% 중후반 생산량이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병훈 삼성전자 IR 팀장(부사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올해는 반도체 업황이 전반적으로 개선돼 실적도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부문에서는 D램 가격이 안정되고 낸드도 양호하게 출하돼 실적 개선이 확실시된다”며 “IM 부문에서도 폴더블폰 등 고가폰 비중이 높아져서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폰의 두뇌라 할 수 있는 반도체 시스템온칩(SoC) 수요 증가도 예상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5G 스마트폰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등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반도체 경기를 냉각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새어 나온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