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유학생 7만명 입국 앞두고 정부-대학 ‘책임 떠넘기기’

입력 2020-01-31 04:02

7만명이 넘는 중국인 유학생의 국내 입국이 다음 달 본격화될 전망이어서 대학 사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와 대학은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 대학들은 정부에 명확한 지침을 요구하지만 교육부는 난색을 표한다. 대학은 정부 지침만 준수하면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생각이지만, 정부는 자칫 과잉 대응으로 이어져 비난의 화살이 돌아오는 상황을 의식하는 모습이란 지적이 나온다.

30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대학 관계자 회의’는 심각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정부와 대학이 중국 유학생 입국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교육부에서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10명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도 이례적으로 이광호 교육비서관을 보냈다. 대학에서는 중국 유학생이 많은 대학·전문대 학생처장 등 29명이 참석했다.

분위기는 심각했지만 딱 부러진 대책이 나오진 못했다. 먼저 교육부는 졸업식,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등 집단 행사를 자제하거나 연기, 철회할 것을 ‘당부’했다. 권고도 아닌 당부는 상당히 몸을 사리는 표현이다. 전국 300개가 넘는 대학·전문대들이 준비하는 대형 행사를 일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정부로서도 부담스러운 결정이다. 행사와 관련한 업자들로부터 원성이 쏟아진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학사일정을 미루는 부분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교육부는 “적절한 조치 방안을 마련해 전달 예정”이라고만 회의 결과를 설명했다. 대학 사회에 ‘중국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되고 있어 여러 대학이 학사일정을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개별 대학들이 결정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명확한 지침을 내려주길 바란다.

교육부 관계자는 “확진자가 4명인 상태에서 학사일정을 미루는 부분은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며 “2월 중순부터 중국인 유학생 입국이 본격화되므로 아직 시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인 유학생의 입국이 본격화되기 전에 학사일정을 미뤄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는데 정부가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