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재건축 이어 인근까지… 강남 3구 아파트값 하락폭 확대

입력 2020-01-31 04:04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6주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서초·송파 등이 2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강남 4구 아파트값이 지난해 6월 이후 33주 만에 하락 전환됐다. 하지만 서울 전체 집값은 여전히 오르는 중이고,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이 사상 첫 9억원을 돌파해 ‘고가주택’ 기준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될 분위기다.

한국감정원이 30일 공개한 1월 넷째주(27일 기준)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10%, 전세가격은 0.0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울 매매시장은 전주(0.03%)보다 상승폭이 둔화된 0.02% 수준에 머물러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최저 수준의 오름폭을 보였다. 특히 강남(-0.03%) 송파(-0.04%) 서초(-0.04%) 등 강남 3구는 재건축 등 고가 주요 단지뿐만 아니라 보합세 유지 단지에서도 일부 가격을 내린 매물이 나오면서 2주째 하락폭이 확대됐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기간인 4월 전 처분하려는 급매물이 시장에 풀리고, 거래심리 전반이 위축된 결과로 해석된다.

반면 비강남권 아파트들은 ‘9억원’을 기준으로 한 갭 메우기는 물론 실수요 및 투자수요가 대거 향하면서 반대급부로 가격이 뛰는 양상이다. 동대문(0.05%) 노원(0.05%) 강북(0.06%) 관악(0.05%) 등이 지난주에 비해 오름폭이 커진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감정원 지표를 부연하면서 “전세대출 조치를 시행하는 등 과도한 갭투자를 방지함으로써 투기수요에 의해 발생 가능한 전세시장 불안 가능성을 일부 차단했다”며 “12·16 대책 이후 서울 주택시장은 강남 4구 중심으로 빠르게 안정세를 회복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비강남과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만큼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 이날 공개된 KB부동산 리브온 분석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1216만원으로 지난달(8억9751만원) 대비 1.6% 올라 9억원을 처음 돌파했다. 서울 아파트 표본 6750개 중 절반 이상이 9억원 이상이라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비강남은 물론 수원, 용인 등 수도권까지 ‘강남 수준’으로 가격 눈높이를 맞춰가는 중”이라며 “12·16 대책이 만든 9억원이라는 고가주택의 기준이 과연 적절한지를 두고 시장 내 반발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