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8개월 덮은 사건?… 檢, 김기현 수사 시점부터 증거 퍼즐 모았다

입력 2020-01-31 04:09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피고인·피의자들은 공통적으로 “1년8개월간 검찰이 덮어뒀던 사건”이라는 주장을 편다. 울산경찰청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 수사가 시작된 2018년 3월에 이미 자유한국당이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는데, 검찰 수사가 최근 들어서야 본격화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울산지검에서 시작된 검찰의 행보는 ‘덮어뒀다’는 주장과 여러 면에서 상충된다. 3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지검은 황 전 청장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수사가 진행될 때부터 청와대의 범죄첩보 하달, 일명 ‘무거동팀’이라는 의문의 정보조직 활동, 황 전 청장과 지역 정가 인사들의 지방선거 전 회동 등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들을 하나하나 확인해 왔다. 수사 과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맨땅에서 퍼즐을 꾸준히 모아 왔다”며 “경찰의 수사 종결이 선행돼야 하명 수사 여부를 가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울산지검은 울산경찰청의 김 전 시장 측 수사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관련자들의 통신조회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김 전 시장을 고발한 건설업자 김흥태씨에 대한 의심도 컸다. 하지만 수차례 청구에도 영장은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강제수사의 한계 속에서 울산지검은 경찰청을 상대로 공문을 보내가며 김 전 시장 범죄첩보의 근원이 청와대임을 확인했다.

검찰은 범죄첩보의 내용과 형식을 ‘전문가가 울산 현지의 내용으로 작성한 것’으로 판단했다. 울산지검에는 ‘무거동팀’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현지에서 정보활동을 벌이는 이들이 있다는 첩보도 접수됐다. 울산지검은 경찰청에 울산경찰청, 청와대와 주고받은 보고 내용을 요청했지만 지난해 하반기에 이르도록 제대로 협조를 받지 못했다.

김 전 시장을 겨냥한 범죄첩보에는 기존의 경찰 수사팀이 미온적이라고 질타하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울산지검은 황 전 청장이 부임한 뒤 김 전 시장 수사와 관련해 인사조치한 경찰관들로부터 의견을 듣고, 울산경찰청 관계자들에게 출석 요구를 하는 작업을 병행했다. 그러나 울산청 관계자 대부분은 소환에 불응했다.

울산지검은 울산경찰청의 김 전 시장 수사에 대해 수차례 보완수사 지휘를 했다. 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검찰은 지난해 3월 김 전 시장에 대해 최종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낙선’과 함께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을 위한 청와대의 도움도 있었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은 그 이후의 일이었다. 송 시장 측과 경찰, 청와대의 ‘삼각 공모’ 윤곽이 드러나자 사건은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됐다.

울산지검은 국기문란에 해당한다는 생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지난해 7월 윤석열 검찰총장의 취임사에는 “국민의 정치적 선택과 정치활동 자유가 권력 개입에 방해받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 들어갔다. 윤 총장은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는 끝까지 가야 한다”고 주변에 소신을 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허경구 구승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