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30일 검찰의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해 “분명한 목적을 갖고 기획된 수사”라고 거듭 주장했다. 전날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수사가 아니라 정치에 가깝다”고 지적한 데 이어 다시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오전 10시6분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들어서면서 “작년 11월에 검찰총장 지시로 검찰 스스로 울산에서 1년8개월이나 덮어뒀던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할 때 이미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기획됐다고 확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말 제가 울산 지방선거에 개입했다고 입증할 수 있나. 못하면 그땐 반성하고 사과도 하고 책임도 지는 것인가”라고 했다. 임 전 실장은 “검찰이 좀 더 반듯하고 단정했으면 좋겠다”며 “내가 제일 세다, 최고다, 누구든 영장치고 기소할 수 있다 그러지 마시고 오늘날 왜 손에서 물 빠져나가듯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사라지고 있는지 아프게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2011년 삼화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로 기소됐던 것도 거론했다. 그는 “과거에도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3년 가까이 말하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며 “검찰의 업무는 특성상 한 사람 인생과 가족을 뿌리째 뒤흔드는 일이기 때문에 검찰은 그 어떤 기관보다 더 신중하고 절제력 있게 남용함 없이 그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14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확정 받았다.
임 전 실장은 임 전 위원에게 다른 자리를 제안하며 송 시장 단수 공천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이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의 조사를 받았다. 조사는 오전 10시쯤부터 11시간가량 진행됐다. 임 전 실장은 이날 밤 조사 뒤 귀가하면서 송철호 현 울산시장의 당내 경쟁자로 꼽히던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다른 ‘자리’를 제안했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런 사실이 없기 때문에 분명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둔 2017년 10월 임 전 최고위원에게 “자리를 고민해 보라” “너부터 갈 생각을 하라”고 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같은 시기 작성된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에서는 ‘임동호 자리 요구’라는 문구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실장은 애초 송 시장에게 선거 출마를 권유하고 선거를 지원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송 전 부시장의 업무수첩에서 “VIP가 직접 후보 출마 요청하는 것을 면목 없어 해 비서실장이 요청한다”는 취지의 메모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실장이 송 시장에게 출마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임 전 실장을 상대로 송 시장의 당선을 돕기 위해 선거공약 수립 불법 지원 등에 관여했는지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은 임 전 실장 사법처리를 총선 이후로 미룰 것으로 전해졌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