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비상 와중에도… 지자체장·기초의회 외유 빈축

입력 2020-01-31 04:01
진천주민 100여명은 30일 오전 경찰인재개발원 앞에서 우한 교민 수용 반대 궐기대회를 열었다. 홍성헌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의 확산 우려 속에서도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장들이 해외 연수·출장을 강행해 비난을 사고 있다. 방역대책을 점검하고 주민들의 불안심리를 가라앉히는데 총력을 쏟아야 할 시간에 ‘먼 산 불구경’하듯 해외로 떠났다는 것이다.

30일 충남 시·군의회에 따르면 기초단체 의장들로 구성된 ‘충남 시군의회의장협의회’는 지난 28일 동유럽 3개국(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으로 리더십 역량 강화를 위한 7박9일의 국외 연수를 떠났다. 15개 시·군 의장 중 천안시와 금산군 의장을 제외한 13명이 참여했다. 이들이 지역을 떠난 사이 중국 우한 교민 700여명을 임시 수용할 곳이 충남 아산으로 결정되면서 지역사회는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천안시의회와 아산시의회 등은 의장이 이역만리로 떠난 사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님비(Not In My Backyard·지역이기주의) 현상’과 갈등을 중재하기는커녕 오히려 앞장서서 반대 입장만 내놓았다. 주민 우려와 불신만 키운 셈이다.

충북 진천군의회도 지난 29일 “갑작스럽게 격리지역을 변경한 것은 힘의 논리로밖에 볼 수 없다”며 “중앙부처의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선정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충북도민을 무시한 결정으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박민우 아산시민연대 대표는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로 지역주민이 불안에 떠는데 의회 지도자들이 외유성 연수를 떠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우한 교민들을 아산에 격리키로 하면서 여론도 엇갈리는데 아산시의장이 국외 연수에 함께한 것은 더욱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병용 경기도 의정부시장은 26~31일 일정으로 ‘의정부 국제 테니스장’ 조성사업 벤치마킹을 위해 호주로 연수를 떠났다. 부부동반으로 출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광성 여행 아니냐는 지적도 받는다. 성패트릭 성당, 멜버른의 크리켓 구장과 축구, 풋볼 등 스포츠 경기장 견학을 비롯해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관람이 포함돼 있다.

안 시장은 “아내 경비는 전액 사비로 냈다. 의정부 국제 테니스장 조성사업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한 것으로 관광 일정은 거의 없다”면서 “연수를 떠나기 전까지 신종 코로나 사안이 심각하지 않아 수개월 전 계획된 일정을 취소하지 않았다”고 했다.

원창묵 강원도 원주시장도 프랑스 앙굴렘에서 열리는 국제만화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해외출장을 떠났다. 원 시장과 담당 직원 6명은 6박7일 일정으로 프랑스 앙굴렘시 등을 둘러볼 계획이다. 연수비용은 3400만원으로 1인당 485만원 정도다. 이에 대해 전병선 원주시의원은 “지역 방역대책을 책임지는 시장이 불안에 떠는 주민들을 내버려둔 채 해외출장을 떠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원 시장은 “원주를 국제무대에 소개하고 창의도시의 빠른 정착과 그림책 산업화를 위한 발전방향을 설정하는 데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봤다”며 “출국 당일 부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방역대책본부를 구성, 사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현지에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같은 축제에 초대받은 장덕천 경기 부천시장은 “방역대책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출장을 전격 취소했다. 또 김철우 전남 보성군수와 정종순 장흥군수도 29일부터 10박12일 일정으로 포르투갈, 스페인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방역을 위해 취소해 원 시장이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원주·의정부·아산=서승진 박재구 전희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