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8000명 육박·‘슈퍼 전파자’ 우려… 시진핑 ‘軍 동원령’

입력 2020-01-31 04:02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이어지며 확진자가 8000명에 육박했다. 신종 코로나 청정 지역으로 여겨졌던 시짱(西藏·티베트)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며 중국 전역이 감염됐다. 특히 동창회나 회식 자리에서 여러 명이 집단 감염되는 사례가 잇따라 ‘슈퍼 전파자’ 출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군 동원령까지 내리며 신종 코로나와의 전쟁을 독려하고 있지만 언제 기세가 꺾일지 여전히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30일 오후 8시 현재 전국 31개 성·시에서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7830명, 사망자는 170명이라고 발표했다. 확진자는 전날보다 1856명, 사망자는 38명 증가했다. 중국 내 의심환자도 1만2000여명에 달해 향후 확진자의 지속적인 증가를 예고했다.

티베트에서 1명의 확진자가 새로 확인됐고 북·중 접경인 지린성 옌볜 조선족자치주의 투먼과 허룽에서도 처음으로 각각 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투먼의 확진자는 우한의 한 과학기술회사 직원(27)이며, 허룽의 확진자는 우한의 구강의료 분야 종사자(29)로 비행기와 기차, 버스 등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옌볜은 북·중 간 통상구(해관)가 집중 배치돼 북한과의 교역이 활발하지만 국제사회의 감시가 비교적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춘제를 맞아 고향에 모인 동창생 모임 등을 통해 여러 명이 신종 코로나에 집단 감염된 것으로 밝혀져 슈퍼 전파자 및 무증상자에 의한 감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안후이성 허페이시 보건 당국은 한 동창회에서 무증상자 1명으로부터 5명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특이 사례를 공개했다. 지난 19일 우한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마모(22)씨는 21일 열린 동창회 참석 때까지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았으나 다음 날부터 열이 나기 시작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동창회에 참석했던 친구 5명도 이후 고열 등의 증세가 나타났고 신종 코로나 감염자로 확진됐다.

후난성 영저우에서도 지난 15일 양모씨와 함께 회식을 한 5명이 닷새 뒤부터 발열이 시작돼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앞서 우한에서는 감염 증세가 뚜렷하지 않은 한 신경외과 환자가 14명의 의료진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확인돼 ‘슈퍼 전파자’ 우려를 키운 바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자 시진핑 주석은 춘제 기간인 지난 25일부터 4차례나 중요 지시를 내려 전염병과의 전쟁을 독려하고 있다. 29일에는 군 동원령까지 내렸다. 시 주석은 “전군은 인민군대의 사명을 인식하고 정예 요원을 선발해 전염병 통제 일선에 신속히 투입해야 한다”며 “중대한 임무를 저버리거나 사명을 욕되게 하지 말고 전염병 퇴치전에 적극 나서라”고 지시했다.

중국 지방 정부들은 춘제(春節·설) 연휴를 연장하는 조치에 이어 격리 조치도 강화하고 있다. 베이징 등에선 신종 코로나 발병지인 우한에 다녀온 사람이나 이들과 밀접 접촉한 사람들을 확인해 2주간 자가 또는 강제 격리하는 조치에 돌입했다. 고향을 다녀온 사람들은 2주간 재택근무를 통해 자가 격리하라는 공지도 내려졌다. 다음 달 15∼16일 옌칭에서 예정됐던 베이징 동계올림픽 첫 테스트 대회인 국제스키연맹 가오산 스키 월드컵 대회 등 각종 스포츠 이벤트들도 취소됐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