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인 유학생 7만명, 교육 당국이 체계적 대응 나서야

입력 2020-01-31 04:0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은 국내에 실제 침투한 바이러스의 양보다 훨씬 큰 불안과 공포를 몰고 왔다. 확진자 6명이 나왔을 뿐이고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대유행에 버금가는 심리적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속도와 세계적 비상사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주된 원인이지만 정부의 대응이 미덥지 못하다는 인식도 큰 몫을 했다. 감염자를 더 일찍 발견하지 못해 지역사회에서 돌아다니게 했던 방역체계의 허점, 다른 나라보다 늦게 추진된 우한 교민 이송 계획, 그 과정의 혼선과 격리 시설의 갑작스러운 변경, 컨트롤타워가 명확하지 않은 대응 시스템 등이 불안을 키웠다. 이 사태에 대처하며 정부는 매번 한 걸음씩 늦었다. 향후 몇 주는 바이러스 확산의 중대한 고비다.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될 것이다.

지금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사안 중 하나는 국내 대학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 문제다. 7만명에 달하며 주로 서울과 수도권 등 인구 밀집지역의 대학에 등록돼 있다. 방학과 춘제를 맞아 중국에 갔던 이들이 새 학기를 준비하기 위해 다음 달 대거 입국하게 된다. 개별 입국이고 곧바로 지역사회에 유입될 터여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안과 공포가 부르는 혐오의 시선이 이들을 향하게 해선 안 된다. 근거 없는 적대와 차별은 사회에 바이러스보다 더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다. 이를 막는 여러 조치가 강구돼야 하겠지만 최선의 조치는 유학생들이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다는 믿음을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국내에서 장기간 머물러야 하는 이들인 만큼 입국 과정에서 면밀한 검사 등이 이뤄져 들어오는 사람도, 맞이하는 사람도 안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교육부가 29일 대학 관계자들과 이 문제를 협의했다. 내놓은 결과물은 그리 미덥지 못하다. 졸업식과 오리엔테이션 등 각종 행사를 자제토록 당부하는 수준이었다. 학사일정 조정 같은 민감한 부분은 결정을 미뤘고 장학금이나 지원금과 관련된 지엽적인 내용을 주로 다뤘다. 교육 당국이 선제 대응과 과잉 대응 사이에서 적절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사이에 일부 대학은 유학생들에게 입국 연기를 권고하며 개별 행동에 나서고 있다. 더 치밀하고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