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우정 (11·끝) 현지 의료·행정 인력들 잘 양육하는 게 우리의 꿈

입력 2020-01-31 00:00 수정 2020-01-31 00:14
헤브론병원 의료선교사들과 직원들이 병원 로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헤브론병원의 마스터플랜은 없었다. 예산도 세울 수 없었다. 후원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현장 상황에 반응하며 여기까지 왔다. 하나님은 이런 상황을 통해 당신의 계획을 이루고 계신다.

우리는 2018년 병원 창립 10주년을 맞아 그동안 경험한 하나님의 이끄심을 토대로 헤브론병원의 비전과 미션을 정했다. 비전은 그리스도의 사랑과 긍휼로 환자들을 치료하고 사람을 세워가는 병원이다. 미션은 크리스천 의료진들을 잘 세워가는 병원, 암·심장·눈 수술을 잘하는 병원, 호스피스와 수술받은 아이들을 관리하는 CAP 프로그램을 통해 캄보디아 환자들을 만나고 다가가는 병원이 되는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을 세우는 것이다. 기독교 정신으로 무장된 전문 인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6년 전 설립한 간호대학을 통해 능력 있는 크리스천 간호 인력을 잘 양육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캄보디아 의사 레지던트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실력 있고 헤브론정신을 잘 이해하는 의료인력을 세우려고 노력 중이다.

또 암·심장·눈 수술, 그중에서도 암 진료와 수술을 제일 잘하는 암센터를 세우고 싶다. 호스피스 사역도 할 일이 많다. 말기암 환자들에게 예수를 전하는 일, 기독교식 장례문화를 만드는 일 등이다. 이번에 새로 만든 인공신장실을 통해서도 많은 기적이 일어나리라고 기대한다.

선교 현장의 삶이란 예기치 않은 사건들의 연속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자기가 세우신 사람들에게는 넉넉한 기쁨을 선사하신다. 선교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캄보디아가 어떤 나라인지도 모르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심한 더위와 낯선 환경, 끊임없는 모기의 공격과 예고 없는 정전 속에서도 우리는 바보처럼 웃으면서 살았고 그 바보 같은 웃음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선교현장은 전쟁터로 말하자면 포탄과 총알이 날아오는 최전방이라 할 수 있다. 전장의 병사에게 상처가 없을 수 없듯,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상처들이 생겼다. 10년 전 막 병원 신축 공사가 끝나갈 무렵 아내는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6년 전 심장센터를 막 시작할 때 나는 협심증과 스텐트 삽입이라는 놀랄 만한 일이 생겼다.

5년 전엔 망막박리가 생겼고 2년 전 병원 10주년을 기해 병원의 의료 시스템을 강화하려고 할 땐 전립선암이 발병했다. 그것을 모르고 있다가 병이 제법 진행된 다음에야 알게 됐다. 그래서 지금 치료를 하면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연히 걱정과 염려가 많이 있지만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기쁨을 주셔서 잘 견딜 수 있게 하신다. “그는 나의 피난처요 나의 요새요 내가 의뢰하는 하나님이라”는 시편 91편 말씀이 언제나 큰 힘이 되고 소망이 된다.

헤브론병원은 어느 한두 사람의 힘과 노력으로 된 게 아니다. 하나님의 은혜 안에 연합과 협력으로 되는 것이란 고백을 하고 싶다. 그동안 헤브론병원과 간호대학에서 봉사하고 협력한 많은 선교 동역자들, 그리고 지금도 헤브론 현장에서 애쓰며 수고하는 많은 동역자가 계시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러 후원자와 후원교회의 도움과 기도가 없었으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 정말로 하나님은 많은 단기 봉사팀과 수술팀을 헤브론병원에 붙여주셨다.

우리의 꿈은 캄보디아 현지의 의료인력과 행정 인력들이 잘 자라나고 세워지는 것이다. 이들의 믿음이 자라고 실력이 높아지고 섬기는 마음과 자세가 확고해질 때 헤브론병원은 현지에 이양할 것이다. 오래 전 서양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에 그렇게 했듯이 말이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