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적합도 여론조사 때 ‘경력에 대통령 이름 표기’ 불허

입력 2020-01-30 04:01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공천관리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관리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는 29일 후보자 공천심사 시 공천적합도(당선가능성) 여론조사에서 전현직 대통령 이름을 경력에 표기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공천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할 때 대통령 이름 사용 여부는 민주당에서 선거 때마다 불거졌던 단골 쟁점이었다.

민주당 공천심사는 서류와 면접, 여론조사를 통해 정체성(15%), 기여도(10%), 의정활동 능력(10%), 도덕성(15%), 공천적합도(40%), 면접점수(10%) 등이 각각 배점으로 반영된다. 특히 반영 비율이 가장 높은 공천적합도의 경우 출마 지역구에서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된다.

공관위는 이날 장시간 회의 끝에 공천적합도 조사에서 청와대 출신 후보는 행정관, 비서관 등으로 6개월 이상 재직했을 경우 해당 직함을 사용할 수 있지만,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등 근무 당시 대통령의 실명은 쓰지 않는 것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당 지도부는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경력 1년 이상 시 직함 사용 허용, 대통령 이름 사용 불허’ 의견을 정한 뒤 공관위에 전달했고, 공관위는 경력 기준만 조정해 이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공관위 간사인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공관위 여론조사 소위원회에서 실무적 검토를 통해 (구체적 내용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공천심사 단계에서 사용된 여론조사 룰이 추후 후보자들 간 경선 때도 똑같이 사용될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향후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나중에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실제 경선에서 후보자 경력 소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다시 논의할 테지만, 일단 공관위에서 해당 방침이 정해진 이상 그대로 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민주당 공천심사에서 공천적합도 조사는 총점의 40%를 차지한다. 당내 경선에서 1, 2위 후보 간 총점 30점 이상 또는 여론조사 수치가 20% 이상 차이가 나면 단수공천이 가능하다. 여론조사만으로도 사실상 ‘컷오프’ 대상자가 결정될 수도 있는 셈이다. 공천적합도 여론조사는 오는 주말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선 공천 여론조사를 할 때 후보자들의 직함을 어떻게 표기할 것인지가 ‘숨은 뇌관’으로 꼽혔다. 2018년 지방선거 때도 격론 끝에 예비후보들에게 전현직 대통령의 이름을 경력에 사용하는 것을 허용한 바 있다. 대통령 이름, 특히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 이름이 경력에 들어가면 여론조사 수치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까지 올라간다는 이야기가 당 안팎에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수석비서관급부터 비서관, 행정관 출신까지 ‘문재인 청와대’ 꼬리표를 단 출마자는 줄잡아 70여명에 이른다. 지금도 곳곳에서 현역 의원과 청와대 출신 예비후보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