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총선 공천 작업을 본격화하면서 당 분위기가 크게 술렁거리고 있다.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대상자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는 마지막 날(30일)을 하루 앞둔 29일 당 주변은 하루 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에 대한 공천 문제도 여전한 논란거리인데, 공천을 둘러싼 당청 갈등설까지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는 4·15 총선 출마 신청을 한 후보들에 대한 심사 채비를 마쳤다. 일단 서류심사는 30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면접심사는 9일부터 13일까지 실시된다.
전날 개별적으로 통보된 평가 ‘하위 20%’ 현역 의원 22명에 누가 속했는지는 의원들 사이에서도 관심의 대상이다. 하위 20% 대상자에게는 ‘경선 시 감산 20%’가 적용되는 터라 당내에선 해당 명단이 ‘살생부’로 통한다. 몇몇 의원은 기자들에게 명단 지라시(각종 소문을 담은 정보지)에 누가 있는지 등을 물어보거나 당을 통해 알려 달라고 독촉했다. 당직자들과 당원들은 지라시에 포함된 의원 한 명 한 명을 살펴보며 ‘맞다, 틀리다’를 감별하기도 했다. 특히 명단이 통보된 날 한 의원은 하루 종일 마음을 졸이다 오후 6시가 지나자 옆에 있던 동료 의원에게 “나 (공관위원장에게) 전화 안 왔어! 봤지”라고 들뜬 마음으로 소리쳤다고 한다.
하위 20% 명단에 속했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의원들은 화를 내며 반발했다. 지라시에서 이름이 거론됐던 의원들은 “전혀 연락을 받은 바 없다” “평소처럼 지역구를 열심히 뛰고 있다” “허무맹랑한 지라시에 지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당내 경선이 치열한 일부 지역구에서는 이와 관련된 악소문이 횡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명단이 확정되기도 훨씬 전에 경쟁자인 현역 의원이 하위 20%에 속했다며 공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지라시’의 출처를 의심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경쟁자들이 현역 의원을 깎아내리려고 허위로 만든 명단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비주류 의원들을 쳐내기 위해 누군가 의도를 갖고 만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기 논란이 있는 김 전 대변인 거취 문제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도 숙제다. 당내에선 김 전 대변인이 스스로 불출마를 결단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운 모양새지만, 당이 불출마를 압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청와대가 김 전 대변인을 공천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얘기도 당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공천을 배제하려는 당과 공천을 희망하는 청와대가 갈등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전 대변인에게 온정적인 한 의원도 “김 전 대변인을 선거에 못 나오게 하려는 근거가 개발 지역에 집을 샀기 때문이라면 여기에 해당할 예비후보가 어디 한둘이겠느냐”며 “불법이 아닌 이상 과도한 기준을 들이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변인 공천을 놓고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서도 찬반 토론이 진행 중이다.
신재희 이가현 박재현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