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진천서 1인 1실 격리… 주민들 ‘트랙터 봉쇄’ 등 격렬 반발

입력 2020-01-30 04:0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 창궐하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전세기로 귀국하는 교민들의 임시생활시설로 지정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정문 앞 도로에 29일 지역 주민들의 끌고 온 트랙터를 비롯한 농기계가 일렬로 세워져 있다. 아산 및 충북 진천 주민들은 이날 정부 발표 이후 강력 반발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30~31일 전세기편으로 귀국하는 교민들은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14일간 격리 수용된다. 이들은 화장실이 딸린 방에서 혼자 지내며 하루에 두 번씩 진료를 받게 된다. 가족을 포함한 외부인과의 접촉은 금지된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9일 우한 교민들의 임시생활시설로 두 곳을 발표하면서 “국가공무원 교육시설 가운데 수용 능력, 인근 의료시설의 위치, 공항에서 시설까지 이동 거리, 지역 안배 등을 고려해 장소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인재개발원(아산)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진천)은 생활관과 강당, 체력단련실 등을 두루 갖췄다. 경찰인재개발원은 638실에 1276명,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은 212실에 519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방역 원칙에 따라 1인 1실로 배치되는 것을 감안하면 관리대상 85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다. 당초 정부는 교민들이 대형시설 한곳에서 지내도록 하려 했지만 귀국 희망 국민 수가 150여명에서 720여명으로 늘어 방역통제가 가능한 시설을 2개로 늘렸다.

우한 교민들은 인천공항에서 신종 코로나 증상 여부를 검사받고 이상이 없으면 두 곳 시설로 옮겨져 14일 동안 생활하게 된다. 입소기간 외부 출입과 면회는 물론 교민 간 상호 접촉도 원칙상 금지된다. 식사는 각자 방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하며 샤워와 화장실 이용도 개별 공간에서 하게 된다. 개인 공간을 벗어날 경우 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의료진이 매일 두 차례씩 발열 검사와 문진표를 작성해서 교민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체온이 37.5도 이상이거나 호흡기 증상이 있을 경우 곧바로 격리 의료기관으로 이송한다. 2개 시설에는 의료장비와 지원인력 150명이 배치된다. 지원단은 우한 교민들과 24시간 함께 생활하며 식사 준비와 세탁부터 심리치료 업무까지 맡는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당초 천안에 있는 우정공무원교육원도 유력 후보군으로 검토됐지만 1순위였던 경찰인재개발원과 같은 지역(충남)에 있어 제외됐다”며 “지역 안배를 고려해 충북에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중국 당국과의 협의 결과 우한 교민 가운데 무증상자를 우선 이송하기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머물 지역주민들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경찰인재개발원 입구에는 이날 트랙터를 비롯한 농기계가 일렬로 섰다. 우한에서 온 교민들 때문에 지역사회에 신종 코로나가 번질 것을 우려, 정부 결정에 반대하며 바리케이드를 친 것이다. 주민들은 도로를 봉쇄한 채 “정부가 아산을 버렸다”고 외쳤다.

진천군 덕산면 주민 130여명도 같은 날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 도로를 막아섰다. 주민들은 ‘우한 교민들의 격리 수용을 결사반대한다’ ‘정부는 원칙을 지켜라’라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강하게 항의했다. 지역 정치권도 “지방정부와 상의 없이 결정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해당 시설들이 주민 밀집시설과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있다고 설명했지만 주민들 이야기는 달랐다. 경찰인재개발원 인근에는 아파트와 노인정, 식당, 마트 등 생활시설 수십개가 위치해 있다. 직선거리로 1.3㎞ 떨어진 온양초사초등학교에는 152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방극렬 기자, 아산=전희진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