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이 29일 송철호 울산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30일 검찰에 출석하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나머지 피의자들은 추후 신병처리를 결정할 방침이다.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이어 백 전 비서관과 박 전 비서관을 조 전 장관의 공범으로 보고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선거개입 사건 관련자 기소는 전격적이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팀이 상신한 공소장 결재를 미뤄 지난 23일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 때의 볼썽사나운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했다. 당시 수사팀은 윤석열 검찰총장 지시로 이 지검장 결재 없이 최 비서관을 기소해 법무부와 검찰의 충돌을 부른 바 있다. 이번엔 그런 사태로 비화되진 않았지만 불협화음은 여전했다. 이 지검장이 버티자 윤 총장은 이 지검장을 포함해 참모·수사팀이 참석한 간부회의를 여는 절차를 거쳤다. 여기서 이 지검장 혼자 전문수사자문단에 기소 여부 판단을 맡기자고 주장한 반면 나머지 간부들은 모두 기소 의견을 냄에 따라 윤 총장이 ‘기소’를 최종 결정했다. 하지만 법무부와 검찰은 물론 검찰 내부 갈등의 불씨가 사그라진 건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기소 내용이 사실이라면 통탄할 일이다. 청와대가 2018년 6·13 지방선거의 울산시장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철호 후보의 당선을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이기 때문이다. 송 후보가 황 전 청장에게 상대 후보에 대한 수사를 청탁하고, 청와대 주요 인사들이 범죄 첩보를 하달하는 한편 송 후보의 선거 공약 수립에 관여하고 당내 경선 경쟁자를 매수했다는 것은 정치공작에 다름 아니다. 반민주적인 중대 범죄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짜맞추기 수사’라며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렇게 양측이 맞서고 있어 실체적 진실은 재판을 통해 밝히는 방법밖에 없다. 이제 청와대·법무부와 검찰은 싸움을 자제하고 조용히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길 바란다.
[사설]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 이제 법정에서 진실 가려야
입력 2020-01-30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