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박근혜(사진) 전 대통령 3·1절 특사설이 확산되고 있다.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이 다음 달 국정농단 사건 등에 대한 확정 판결을 받은 뒤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통해 석방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4·15 총선 승리에 사활을 건 정치세력들은 불확실한 ‘박근혜 변수’에 벌써부터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될 경우 그 여파에 대해서는 정부·여당 심판론에 활용될 수 있다는 주장과 보수 진영의 분열을 초래해 오히려 여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을 석방하라는 주장은 보수 진영에서 최근 연이어 제기됐다.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에 이어 이완구 전 국무총리도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했다. 이는 당론으로 결정된 요구는 아니었지만 한국당의 총선 전략과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른바 태극기 집회 세력을 지지층으로 끌어모아야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29일 “박 전 대통령이 총선 전에 석방될 가능성이 크다. 잇따른 석방 촉구는 정권 심판론과 보수통합에 보탬이 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의원은 “정권 심판론보다는 보수 진영의 해묵은 탄핵 책임론을 다시 부각시킬 것”이라며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한 석방이 되레 보수 분열 카드로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이 진행 중인 보수통합 논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부산·경남(PK) 지역 등에서 보수 표가 갈리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특별사면은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국회 동의 없이 법무부 장관이 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상신하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단행할 수 있다. 국정농단 사건 등에 대한 파기환송심 결과가 다음 달에 나오고 재상고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특별사면 조건은 갖춰질 수 있다. 보수 진영에선 건강 악화를 이유로 한 형집행정지 신청을 검찰이 받아들일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박 전 대통령 측 인사는 “수감됐던 전직 대통령 중 가장 오랜 시간 감옥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을 이대로 놔둘 경우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되지 않더라도 ‘옥중 메시지’를 통해 총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이미 정치적 치명상을 입은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많다.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의 중형을 선고받은 박 전 대통령이 사면심사위원회 심사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3·1절 특사를 위해 재판 절차를 무리하게 서두를 가능성도 떨어진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이 보수층 일부를 결집시킬 수는 있지만 그 이상으로 탄핵에 찬성했던 사람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