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환자가 중국에서 또 하루 만에 1500명가량 폭증하며 전체 확진자 수가 6000명을 넘어섰다. 이미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환자 수를 초과한 것이다.
이에 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직접 나서 신종 코로나와의 전면전을 지휘하고 있고, 지방정부들은 춘제(春節·설) 연휴를 추가 연장하며 사투를 벌이고 있다. 아직은 신종 코로나 확산 속도가 빠르지만 향후 7~10일 사이가 진정과 통제 불능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29일 0시 현재 전국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5974명, 사망자는 132명이라고 발표했다. 하루 전보다 확진자는 1459명, 사망자는 26명 늘었다. 위건위의 발표 후에도 확진자는 계속 늘어 6000명을 돌파했다. 사스 당시 중국 본토에서 5327명의 확진자가 나왔던 것보다 훨씬 가파른 증가세다. 의심환자도 9239명으로 전날에 비해 3248명이나 증가했고, 중증환자가 1239명에 달해 당분간 확진자와 사망자는 늘 전망이다. 그동안 신종 코로나의 청정지역으로 여겨졌던 시짱(티베트)에서도 의심환자 1명이 나왔다. 이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 중국 31개 성 모든 지역이 감염되는 셈이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는 향후 10일 전후가 신종 코로나 계속 확산 또는 진정 여부를 가늠할 중대 고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위건위의 이날 발표에서 늘어난 확진자 수는 1459명으로 전날(1771명) 증가 숫자보다 다소 줄었다.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해진 것이다. 아울러 지난 23일 우한을 봉쇄했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의 최대 잠복기(14일)를 감안하면 다음 주 중반쯤 발병지 외부로 확산되는 1차 전염 루트 차단 효과를 가늠할 수 있다. 또 다른 지역도 자체 통제 조치를 취하고 있어 사람 간 2, 3차 전염 확산 여부도 향후 1주일 전후로 추세 확인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 호흡기 질병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는 전날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에 대해 “앞으로 7∼10일 사이에 절정에 달할 것”이라며 “대규모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춘제 연휴 연장과 인구이동 제한 조치로 생긴 10~14일의 격리관찰 기간에 잠복기가 지나간다는 설명이다. 그는 “신종 코로나의 잠복기는 3~7일이고 2주를 넘기지 않는다”며 “사스는 5~6개월 지속됐지만 신종 코로나는 그렇게 길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 주석은 지난 25일 이후 세 차례나 신종 코로나 문제를 거론했고 전날엔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 만나 “악마가 활개치고 다니게 놔둘 수 없다”며 강력한 대처 의지를 표명했다. 중국 중앙정부가 춘제 연휴를 2월 2일까지 사흘 늘린 데 이어 상하이시와 장쑤성, 광둥성 등 각 지방정부도 기업들의 연휴를 2월 9일까지 1주일 더 연장하는 조치를 속속 내놓고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 등 기업들은 다음 달 3∼7일로 재택근무 연장을 결정했다. 중국의 국가공무원국과 국가신방국 등은 업무를 연기하거나 중단했고, 곳곳의 지방 교육 당국도 초·중·고교 개학 시점을 2월 17일 이후로 잠정 연기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