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수사마다 이성윤 난색… 대검 회의에선 무슨일이?

입력 2020-01-30 04:03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피의자 신분인 이 비서관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9시간가량 조사받고 오후 늦게 귀가했다. 연합뉴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 수사팀의 기소 의견에 맞서 의사결정을 미루다 결국 윤석열 검찰총장의 결정으로 피의자들이 재판에 넘겨지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 지검장과 수사팀의 갈등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비리 사건 등 청와대 전현직 관계자들의 사법처리가 논의되는 대목에서 연이어지는 모양새다.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의 완전한 마무리는 총선 이후 시점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에 향후에도 이 지검장과 수사팀 간,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지검장이 윤 총장의 지시에도 기소를 미뤄온 사례들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지검장은 29일 오전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관련자들 기소를 놓고 윤 총장, 배용원 대검 공공수사부장,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간부들과 가진 회의에서 홀로 기소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 지검장은 특히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사법처리 여부에 대해 “소환조사를 한 뒤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전체적으로는 “대검 수사자문단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지검장의 의견에 동의한 간부는 1명도 없었다. 이 지검장이 난색을 표한 이광철 비서관의 경우 애초 기소 대상이 아니었다. 황 전 청장의 경우에는 “신속 처리해 달라”고 하면서 계속 소환에 불응하는 사정이 고려됐다. 더 이상 소환조사의 실익이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된 것이다. 이 지검장이 언급한 수사자문단에 대해서도 회의에서는 “이번 사안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반론이 컸다. 대검 관계자는 “수사자문단은 대검과 수사팀 간 이견이 있을 때 판단을 맡겨보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이견이 없을 때 활용된 바는 없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지검장이 청와대 및 여권과 관련한 수사에서 미온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송철호 울산시장 등의 불구속 기소가 결정된 이날 간부회의에 대해서도 “굳이 열릴 필요가 없었다”는 반응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장이 수사팀의 의견을 받아들여 검찰총장에게 보고한 뒤 처리하는 게 일반적인데, 원만하게 결론이 나지 않아 검찰총장이 교통정리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검찰 간부는 이 지검장의 최근 결재 거부에 대해 “수사팀 교체 때까지 버티다가 이후 처리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1월 대검 수사지휘과는 5급 이상 공직자 등에 대한 수사는 착수 이전부터 검찰총장이나 그 위임을 받은 반부패부장의 지휘를 받으라는 취지의 ‘부패범죄 수사 절차 등에 관한 지침’을 하달했다. 당시 대검 수사지휘과를 통솔했던 반부패부장이 이 지검장이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본인이 서울중앙지검장 위치에 와 있다고 입장을 바꾸는 것은 논리의 일관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지검장은 자신이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목적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찰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이어간다. 이 비서관은 이날 검찰에 출석했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30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할 예정이다. 윤 총장은 이날 기소를 결정한 13명 이외 나머지 사건 관계자들의 수사는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하도록 지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총선 이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박상은 구승은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