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거대한 거친 파도에 뛰어들 것”… 4번째 창당 예고

입력 2020-01-30 04:03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미래당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9일 바른미래당 탈당을 선언했다. 2018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하며 ‘중도개혁’을 표방했던 바른미래당은 결국 유승민·안철수·손학규 세 계파로 갈가리 찢어졌다. 안 전 대표는 “담대한 변화의 새 물결이 필요하다”며 신당 창당을 예고했다.

안 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통한 마음으로 바른미래당을 떠난다. 바른미래당을 재창당해 실용적 중도정당의 길을 걷고자 했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저 자신도 알 수 없는 거대한 거친 파도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뛰어들고자 한다”고 창당 계획을 밝혔다.

안 전 대표의 선언은 전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거부하자 곧바로 발표됐다. 4·15 총선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더는 시간을 지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손 대표는 이날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당을 정상화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며 당직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안 전 대표를 향해서는 입장문을 통해 “대화와 타협 없는 정치는 고립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요구사항만 얘기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당을 나가겠다는 태도는 정치인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신당’의 성격은 그가 거듭 밝혀왔듯 기성 정당과 구별되는 실용적 중도정당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용적 중도정당의 정의가 모호하고, 안 전 대표가 정계에 입문하고 10년도 되지 않아 새정치연합, 국민의당, 바른미래당에 이어 네 번째 창당에 나선 것에 대한 피로감도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전 대표는 “기성 정당의 틀과 기성 정치 질서의 관성으로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자기편만 챙기는 진영정치를 실용정치로 바꿔야 한다”며 “실용적 중도정당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지고 합리적 개혁을 추구해 나간다면 수십년 (누적된) 한국 사회의 불공정과 기득권도 혁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옛 안철수계’ 문병호·김영환 전 의원과 혁신통합추진위원회 박형준 위원장, 김근식 경남대 교수(왼쪽부터)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회동하는 모습. 최종학 선임기자

안 전 대표가 기존 세력과 손잡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보수통합 세력은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은 “바른미래당 사정을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안 전 대표가 결심했으니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잘 해주길 바란다”며 “(안 전 대표와는) 만날 수도 있다”고 했다. ‘옛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문병호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과 김영환 전 의원은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에 합류했다. 김 전 의원은 “통합신당 추진에 안 전 대표가 함께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운 생각을 갖고 있다”며 “안 전 대표까지 참여할 수 있게 하도록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조건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했다. 안 전 대표 측은 “개개인의 정치적 소신에 따른 것이지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입장과는 무관함을 분명히 밝힌다”고 선을 그었다.

김삼화 신용현 김수민 이태규 김중로 이동섭 등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은 동반 탈당을 준비하고 있다. 비례대표 신분인 만큼 손 대표에게 제명·출당 조치를 재차 요구키로 했다. 한 안철수계 의원은 “손 대표에게 출당 요청을 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의원직을 내려놓고 탈당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심희정 김용현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