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다녀간 병원 ‘휴진’… 인근 상가는 인적 끊겨 개점휴업

입력 2020-01-30 04:06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29일 경기도 평택 송탄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서 방역활동을 펼치고 있다.

29일 낮 12시쯤 경기도 평택시 북쪽 신도심 중심가. 이맘때쯤이면 인파와 차량으로 혼잡해야 할 상황이지만, 행인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고, 차량도 띄엄띄엄 지나가는 게 다였다. 한적한 시골 같은 풍경이었다. 네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이곳에서 발생했고, 시내 곳곳을 다니며 사람들과 접촉했다는 소식 때문인 듯했다.

네 번째 확진자가 진료받았던 이충동 365연합의원 입구에는 ‘병원 사정으로 당분간 휴진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주변 상가와 거리엔 점심시간인데도 병원 내부만큼이나 텅 비어 보였다. 한 상인은 “평소 같으면 인근 산업단지 직원들과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분주하게 오고 가는 곳”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전날 소독절차를 끝내고 진료 중지가 공식 해제된 이 병원은 다음 달 2일부터 영업을 재개한다. 일부 직원이 출근해 병원 내부를 소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밖에서도 창가 쪽 실내가 훤히 보일 정도로 밝은 조명이 켜져 있었다. 해당 병원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메르스 환자가 두 차례 경유하는 등 첫 환자가 나온 곳이다.

평택 송탄보건소 측은 “질병관리본부와 협의해 확진자가 방문한 병원을 27일부로 진료중지 조치했고, 이틀간 시설 소독을 끝내 안전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인근 시민들은 “보건 당국을 믿지 못하겠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시민은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 소독했다고 안전하다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흥분했다.

병원과 같은 건물 5층의 필라테스센터에서 근무하는 홍모(45)씨는 “처음부터 이 건물 전체를 폐쇄했어야 했다”며 “확진자가 방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상영업이 가능하다고 얘기하지만 회원들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평일 평균 100명 정도가 예약하는데 이번 주는 10명만 나와 운동하고 있다. 이 일대 상가와 학원은 한산해도 너무 한산하다”고 했다.

같은 건물 2층의 어린이전문 치과도 환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치과 관계자는 “언론의 관심이 부담스럽다”고 취재를 거부했다.

병원 인근 상가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태권도 도장, 영어학원 등은 아예 문을 닫았다. 상가들이 문을 닫으면서 사람들의 발길도 끊겼다. 상가와 주변 주차장은 한낮에도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차량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네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환자가 방문했던 평택 한 동네병원 인근 편의점 입구에 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안내문.

편의점들은 입구에 한글과 중국어, 영어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방지를 위해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여놓고 있었다.

시민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송탄터미널에서 만나 김모(75 여)씨는 “서울에 있는 애들이 집에만 있으라고 하는데 어쩔 수 없어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왔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평택시는 송탄터미널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을 크게 강화했다. 시민들 접촉이 많은 대합실 의자와 손잡이 등을 살균 소독제로 전부 소독했다. 시는 30일부터 평택 전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시민들에게 마스크 등을 나줘 줄 계획이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확진자가 발생한 병원 건물 전체에 대한 폐쇄는 과도한 것 같다”며 “평택 읍·면·동 전 지역을 대상으로 과감하게 소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로 영업에 손실을 입은 상인들을 도와주기 위해 중앙정부와 협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평택=글·사진 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