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사랑 누가 말했나. 이원영이 말해찌♪”

입력 2020-01-30 17:56

턱시도를 빼입은 듯한 차림으로 빙판 위를 달리고 있는 저 사진 속 동물들은 아델리펭귄이다. 저들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 약 5㎞나 되는 얼음길을 달려서 바다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곤 한다.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저자는 몇몇 펭귄에게 GPS 장치를 달아줬는데, 사진 속 장면은 GPS가 달린 펭귄들이 바다에서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출발 전에는 각각 4㎏ 수준이던 펭귄들의 체중은 저마다 1㎏ 정도 불어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말한다. “바다에서 크릴 사냥을 잘 마쳤는지 배가 바닥에 닿을 것처럼 불룩 나왔다”고.


‘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에는 남극에 사는 펭귄의 삶을 엿보게 만드는 사진이 한가득 실려 있다. 저자는 1년 중 절반 가까이는 북극이나 남극에 머물면서 이들 지역의 생태계를 연구하는데 특히 펭귄을 향한 애정이 대단하다. 과거에도 그는 ‘펭귄의 여름’ ‘물속을 나는 새’ 같은 책들을 낸 적이 있다. 그는 “(펭귄이) 새하얀 눈과 얼음 위를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이토록 아름다운 광경이 있을까 싶다”고 말한다. 그야말로 펭귄에 푹 빠진 ‘펭귄 덕후’인 셈이다.

괜한 오해를 살까 봐 덧붙이자면 이 책은 저자의 과학적 연구 성과를 소개하는 작품이 아니다. “그저 진지하게 펭귄을 좋아하는 인간이, 펭귄을 직접 만나는 행운을 얻어 그들을 바라보며 기록한 글과 사진의 모음”이다. 알려졌다시피 남극은 12~2월이 여름이다. 이 시기에 새끼 펭귄은 가장 많이 성장한다. 책을 읽으면 요즘 한창 몸집을 키우고 있을 새끼 펭귄들을 상상하게 될 것이다.

추천사는 요즘 가장 잘 나간다는 톱스타 펭수가 썼다. “펭귄 사랑 누가 말했나. 이원영이 말해찌♪ 이 시대 펭귄 사랑꾼에게 남극 펭귄들도 마음을 연 것 같아요. 박사님처럼 우리도 사람 펭귄 할 것 없이 서로 아껴주면서 더 좋은 지구를 만들어요♥”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