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빅스비, 세탁해줘.”
“세탁물 오염도가 높아 헹굼시간이 추가됐어요. 35분이 소요됩니다.”
거실에서 TV를 시청하던 주부가 인공지능(AI) 스피커에게 세탁기 작동을 주문한다. 세탁기는 세탁물의 양과 오염도 등을 스스로 분석해 세탁코스와 세탁시간을 스피커 음성으로 알려준다. 세탁이 끝나면 건조기는 추운 바깥 날씨를 인식해 세탁물이 ‘보송보송’한 상태가 되도록 건조코스를 추천해준다.
삼성전자는 29일 삼성 디지털프라자 서울 강남본점에서 ‘그랑데 AI’ 세탁기와 건조기를 선보였다. 사용할수록 진화하는 AI 시스템과 스마트홈 구현을 위한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강화해 사용자에게 맞는 맞춤형 의류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란 설명이다. 신제품 세탁기는 사용자의 작동 패턴을 스스로 학습해 코스를 추천해준다. 자주 사용하는 코스와 옵션을 기억해둠으로써 매번 새로 설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였다. 연간 1200만건에 달하는 사용 데이터를 학습해 적용했고, 향후 데이터가 쌓일 때마다 코스 추천도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세탁기 센서가 빨래양을 감지해 적당량의 세제를 자동 투입해주고, 오염 정도에 따라 헹굼 횟수를 조절해주는 기능도 돋보인다. 이를 통해 편리성은 물론 물 절약과 화학세제 사용량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친환경적인 제품으로 탈바꿈했다는 평가다. 소비자가 쉽게 건조기 내부 열교환기 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가전 위생에 관심이 많은 사용자를 만족시킬 것이란 설명이다.
이번 신제품은 연계성이 강화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올인원 컨트롤’ 기능을 통해 세탁기 버튼을 통해 건조기를 작동시키는 게 가능해졌다. 세탁기 위에 건조기를 설치하는 가정이 많은 만큼 높은 위치에 있는 건조기의 컨트롤 패널을 조작하기 어렵다는 고객 불편사항을 반영했다.
세탁이 끝나면 세탁코스에 맞는 건조코스를 추천해 연동해준다. 셔츠를 세탁하면 셔츠에 맞는 코스를, 수건을 세탁하면 이에 맞는 코스를 추천해주는 식이다. 건조기 성능 개선으로 건조시간이 30%가량 빨라져 셔츠 한 장을 세탁하고 건조하기까지 36분이면 가능하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사장)은 가전기기 간 ‘연결성’을 강조했다. 김 사장은 “세탁기가 만들어진 지 100년, 건조기는 8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진화를 안 하고 있다”며 “이 기계를 서로 연결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번에 AI 적용을 통해 사용자들의 걱정을 모두 해결해주는 진짜 기계다운 기계가 나온 것”이라고 자신했다. 삼성전자는 디자인 면에서도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제품과 비교해 벽면과의 이격 거리를 좁힘으로써 설치 공간을 17㎝가량 절약할 수 있게 됐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하나의 제품인 것 같은 디자인은 인테리어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이끌어내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랑데 AI는 옵션에 따라 세탁기가 184만9000원에서 194만9000원, 건조기는 올인원 컨트롤 적용 모델 기준 189만9000원에서 199만9000원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