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 기도학교를 세우자’고 외쳤던 시골교회 목사가 본인이 담임하던 교회보다 몇십 배 큰 교회에 청빙을 받았다. 그는 교회 부임 후 5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예배와 저녁 기도회를 인도했다. 대전 한빛감리교회 백용현(59) 목사 이야기다.
28일 대전 서구 대덕대로 한빛감리교회 예배당에서 만난 백 목사는 “대형교회 부목사 생활은 고사하고 이렇게 큰 교회를 다녀본 적도 없었다”면서 “어디 가서 재적 성도 1만명의 대형교회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자문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온종일 교회에서 살면서 예전에 하던 것처럼 아침저녁으로 기도회를 인도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거창고를 졸업하고 1982년 감리교신학대에 입학했다. 1990년 경남 거창 16㎡(5평) 상가에서 대동감리교회를 개척했다. 그때부터 매일 기도회의 제단을 쌓았다. “기도는 사람이 살다가 힘들 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요청하신 일이기 때문에 성도라면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고 외쳤다. 10년 만에 교회를 건축했다. 기도 열정은 300여명이 모이는 교회로 결실을 봤다. 2014년 부흥회 강사로 한빛감리교회에 왔다가 덜컥 원로목사와 성도들의 낙점으로 담임목사가 됐다.
“목회자 사이에서 ‘목회가 힘들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렵지는 않습니다. 목회는 영광스러운 하나님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힘들더라도 목회자가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기도하면 하나님이 일하십니다. 그렇게 되면 목회가 반드시 되는 하나님의 역사가 일어납니다.”
새벽 5시 기도회에는 1000명이, 오후 7시30분 저녁 기도회에는 100~200명이 나온다. 교회는 24시간 본당을 기도공간으로 개방한다. 그래서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야간 당직자를 고용해 성도들이 안전하게 기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백 목사는 “인간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기도하지 않으면 자신의 본성, 감정, 마음대로 살게 돼 있다”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하루의 첫 시간을 하나님께 드리고 말씀으로 내 생각을 교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후 11시쯤 담임목사실 내 쪽방 침대에서 취침한다. 하루 취침시간은 보통 4시간. 점심 한 끼만 먹고 나머지는 금식한다. 새벽기도회와 저녁기도회를 위해 오전 10시 심방을 나갔다 오후 1시면 어김없이 돌아온다. 그래서 교회에 머무는 시간이 20시간이 넘는다. 장례가 있으면 대전권은 백 목사가 찾아가지만, 타 지역은 부교역자가 담당한다.
백 목사는 “매일 저녁 기도회를 마치면 담임목사실로 돌아와 이튿날 새벽기도회 설교를 준비한다”면서 “말씀을 준비하는 이 일이 어렵거나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에 감당한다. 그런 자세로 기도 목회에 집중했더니 부임 4년 차가 되자 교회가 영적으로 안정되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기도운동이 한국교회의 영적 생태계를 살리는 운동이라고 확신했다. 백 목사는 “호수의 물이 썩어가는 상황에서 그물을 던지면 당장 몇 마리는 잡겠지만 물고기가 전멸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경고했다. 이어 “한국교회는 지금이라도 더 많은 교회가 기도하는 교회로 세워지도록,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연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백 목사는 다음 달 24일부터 4월 21일까지 오전 5시와 저녁 7시30분 ‘50일 기도학교’를 진행하며 50가지 기도원리를 제시한다.
대전=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