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건 미투’ 뒤늦게 고개숙인 與… ‘청년 주택 10만호 공약’ 여론 무마 나서

입력 2020-01-30 04:06
미투 의혹이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인재 영입 2호 원종건 씨가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국회를 빠져나가고 있다. 뉴시스

미투(성폭력 고발) 논란으로 영입인재에서 낙마한 원종건씨 사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미투 폭로가 있은 지 이틀 만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국민께 심려 끼쳐 드린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28일 당 안팎의 비판을 의식한 듯 일제히 사과했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영입인재 중 한 분이 사퇴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며 “당에서 좀 더 철저히 조사하겠다. 이후에는 사전에 더 철저히 검증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CBS 라디오에 출연해 “좀 더 세심하고 면밀하게 살피지 못해 국민에게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이 있다면 사과한다”고 했다.

당 청년미래연석회의 의장인 김해영 최고위원은 이벤트성 청년 인재 영입의 한계를 지적하며 쓴소리를 했다. 김 최고위원은 “선거 국면에서 영입인재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모아지고 공천에서 혜택을 받을 경우 당에서 열심히 준비해온 청년들의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청년 당원이 청년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까지 침묵하던 여성 의원들도 당 밖에서 비난이 쏟아진 뒤에야 목소리를 냈다. 남인순 최고위원은 “원씨가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갖는다. 피해 호소인의 용기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남 최고위원은 “우리 당은 지난 미투운동 이후 젠더 폭력 문제에 무관용 원칙”이라며 “앞으로 인재 영입 검증을 더 철저히 하겠다”고 했다. 이재정 당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전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 비슷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당은 젠더 폭력과 관련해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원씨 문제와 관련해 당이 가진 권한 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청년 관련 공약을 발표하며 비난 여론 무마에 나섰다. 이날 발표한 3호 총선 공약은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10만호를 공급하고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수도권 3기 신도시와 택지개발지구 내 역세권 등에 ‘청년·신혼부부 맞춤형 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주거 양극화를 해소할 뿐만 아니라 안정적으로 일자리와 주거를 동시에 충족시키겠다”고 밝혔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