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스토리가 좋다고 정치를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그러나 정치권은 총선 때만 되면 보여주기식 스토리 공천을 한다. 드라마 같은 사연이나 경력을 가진 스타성·화제성 인물에 집착한다.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 흥행에 성공하려는 목적이다. 정당의 지배 구조와 운영 방식은 그대로인데 영입 이벤트로 얼굴마담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미지 정치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영입한 원종건(27)씨가 미투 논란으로 낙마한 것을 계기로 여야 모두 구태의연한 스토리 공천 방식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볼 때다. 단순히 검증 소홀 문제로만 접근할 일이 아니다.
정치 현장은 얽히고설킨 수많은 현안을 다루고 복잡한 이해 관계와 갈등을 조정하면서 치열한 권력 투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감동적인 스토리를 가졌거나 특정 분야 전문가라도 정치는 문외한인 경우가 많다. 그동안 이런저런 분야에서 인기가 많거나 잘 알려진 사람, 전문가 등이 수없이 선거철에 각 당에 경쟁적으로 영입됐지만 지나고 보면 정치를 잘했다고 평가를 받는 정치인이 몇이나 되는가. 배지를 달아주는 것이 감동적인 스토리를 가진 데 대한 사회적 보상이나 감투도 아니다. 그야말로 국민의 공복으로서 리더십과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자리다.
평소 가만히 있다가 총선 때만 되면 한철 장사를 하듯 반짝 이벤트를 벌일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인재 육성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정치를 본업으로 삼을 만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인재들을 찾아내고 육성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20대 청년들에게 덜컥 국회의원 배지부터 달아줄 일이 아니라 지방 기초의원부터 경험하게 한다든지, 각 당에서 오랜 시간 정책을 가다듬고 갈등 문제를 다루는 방식의 훈련 과정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 정치적 균형 감각, 희생과 봉사 정신, 추진력, 열정과 인내심, 판단력 등 정치에 필요한 종합적인 소양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일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외부 인재를 영입하더라도 이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엄격히 검증해야 한다. 드라마같은 스토리를 갖고 있는 것과 정치를 잘하는 것은 별개다.
[사설] 보여주기식 ‘스토리 공천’ 이제 그만
입력 2020-01-30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