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한미군 무급휴직 통보, 동맹국의 도리 아니다

입력 2020-01-30 04:04
주한미군사령부가 소속 한국인 군무원에게 한·미 방위비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4월 1일부터 무급휴직을 시행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무급휴직 시행 두 달 전까지 통지해야 하는 미국 법에 따른 것이라는 게 미군 측 설명이다. 주한미군에는 현재 9000여명의 한국인이 근무하고 있다. 2018년 방위비 협상도 기한을 넘겼으나 주한미군이 이번처럼 무급휴직을 통보하는 등의 실질적 조치를 취하진 않았었다. 그랬던 주한미군이 이전과 달리 행동에 나선 것은 한국인 직원을 볼모로 협상의 유리한 고지에 서려는 속셈이 분명하다. 주한미군은 또 이메일을 통해 경우에 따라 감원 절차에 들어갈 수 있음을 고지했다고 한다. 한국인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포마케팅으로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미국의 태도는 바람직한 동맹국의 자세가 아니다. 성공하기도 어렵다.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조는 무급휴직 방침에 ‘유노동 무임금’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한국인 직원의 임금이 국가 안보보다 우선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지 말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국익에 도움이 되는 협상을 하라는 게 노조의 확고한 입장이다. 국민과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 노조가 있기에 무급휴직은 압박수단이 되지 못한다.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은 전방위적이다. 그리고 노골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어이 한국으로부터 거액의 분담금을 받아낼 태세다. 현재보다 다섯 배 늘어난 당초 요구액에서 줄었다고는 하나 미국의 요구는 여전히 우리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규모다. 트럼프 행정부의 부당한 압박과 무리한 요구는 건전한 한·미동맹 관계를 후퇴시키고, 국내의 반미감정을 자극할 뿐이다. 북한만 이롭게 하는 자충수다.

미 민주당 외교·군사 분야 중진 상원의원들이 28일 방위비 협상이 장기화되는 데 우려를 표명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국무·국방장관에게 보냈다. 이들은 서한에서 “행정부의 분담금에 대한 집착은 한·미동맹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 착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충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