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1일 전세기 4편 급파… 우한에 갇힌 700명 데려온다

입력 2020-01-29 04:0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에 대한 수송 작전이 공식화됐다. 정부는 30일과 31일 양일간 4편의 전세기 운항을 통해 ‘우한 탈출’을 희망하는 우리 국민 700여명을 차례로 귀국시킬 계획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응 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한 뒤 “우리 국민 수송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현지에서는 이미 철수를 위한 준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주우한 한국총영사관은 이날 오전 9시까지 전세기 탑승 신청을 받았다. 당초 전날 밤 12시까지만 신청을 받기로 했지만, 문의가 폭주해 마감 시한을 늘린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처음에는 탑승을 희망하는 숫자가 적었는데 갈수록 많아졌다”고 전했다.

영사관은 ‘전세기 탑승 신청서’와 ‘건강상태 질문서’를 통해 1차로 탑승인원을 추렸고, 700여명이 탑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한국인의 가족이라도 중국 국적이거나 발열(37.5도 이상), 기침, 호흡곤란 등 의심증상자는 전세기에 오를 수 없다. 영사관의 사전 점검과 국적·건강상태 확인을 마친 이들은 우한의 주요 거점 4곳(영사관, 장한대, 우한대, 광구)에 집결해 우한 톈허국제공항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12대의 버스를 임차해 집결지에 투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우한 밖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도 전세기에 탑승할 수는 있으나 이들은 별도의 교통수단을 통해 우한 주요 거점이나 전세기가 출발하는 공항으로 개별 이동해야 한다. 영사관은 한인사회 SNS를 통한 카풀 등을 권했다. 이들은 마지막 비행편에 배정키로 했다. 현재 우한시를 빠져나갈 수 있는 교통로가 전부 폐쇄됐기 때문에 우리 국민이 우한 밖에서 전세기 탑승을 위해 시내로 진입할 수 있는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영사관은 전세기 탑승을 위한 한국인의 이동 허가를 받기 위해 중국 정부와 협의 중이다. 영사관은 “모든 탑승 예정자는 출국시간 최소 5시간 전에 전세기가 출발할 공항에 도착해야 하며,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공항에서는 우한 폐렴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한 추가 검사가 이뤄진다. 국내에서 파견된 의료진과 중국 의료진이 탑승객 한명 한명을 상대로 철저한 검역을 실시할 예정이다.

중국 상하이발 여객기를 타고 입국한 사람들이 2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건강상태 질문서를 작성하고 있다. 보건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이날부터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입국자의 건강상태 질문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인천공항=윤성호 기자

귀국을 희망하는 우리 국민 수가 700명 이상이어서 두 대의 민항기가 이틀간 각각 두 차례씩 국내의 한 공항과 우한 톈허국제공항을 오가기로 했다. 대형 민항기에는 300~400명이 탑승할 수 있으므로 이론상으로 두 대의 전세기가 한 번만 운행해도 700여명 수송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전세기 운항이 전염병 방지 때문에 이뤄지는 것인 만큼 승객들이 서로 떨어져 앉을 수 있도록 운항 횟수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30일 출발하는 전세기에 구호물품을 실어 중국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은 브리핑에서 “이번 전세기편을 통해 민관이 협력해 마스크 200만개와 방호복·보호경 각 10만개 등 의료 구호 물품을 중국 측에 우선 전달할 계획”이라며 “우리 정부 차원의 추가적인 지원 방안에 대해 중국 정부와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최승욱 이상헌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