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코앞인데… EU협상 난항 보나마나

입력 2020-01-29 04:05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EU 지도부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 25일 EU 탈퇴협정에 정식 서명함에 따라 29일(현지시간) 유럽의회의 비준만 남긴 상태다. 유럽의회 비준은 형식적 절차인 만큼 오는 31일 오후 11시(그리니치표준시·GMT)를 기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016년 6월 국민투표 이후 3년7개월 만에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는 셈이다.

하지만 브렉시트 현실화 이후에도 영국과 EU는 또 협상에 나서야 한다. 올해 연말까지인 브렉시트 전환기간 내에 무역협정을 포함해 안보, 외교정책, 교통 등을 망라한 미래 관계를 매듭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환기간 동안 영국은 EU 회원국과 같은 권리와 의무를 지게 된다. 갑작스러운 EU 탈퇴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미래 관계 협상에서 양측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안보·교통 분야의 협력은 무난히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서비스와 농어업 등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분야가 적지 않아 무역협상 규제 및 기준 협상에서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영국과 EU는 지난해 10월 브렉시트 이후에도 정부 보조금, 경쟁, 사회·고용 기준, 환경, 기후변화, 세제 등 영역에서 ‘공통된 높은 기준’을 유지한다는 내용의 정치적 선언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사지드 다비드 영국 재무장관이 최근 브렉시트 이후 EU의 규제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협상은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EU는 영국이 규제·기준을 따르지 않을 경우 EU 시장 접근을 제한할 방침이다.

EU 지도부는 협상에서 영국에 양보는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27일 “영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절충은 절대로 없다”면서 “영국이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떠나는 것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르니에 대표의 발언은 EU의 양보나 유연성을 기대하는 영국 정치인들의 발언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협상 시한도 문제다. 미래 관계 협상은 영국의 탈퇴 조건에 대한 협상보다 더 복잡하고 방대하다. 하지만 존슨 총리는 아예 전환기간 연장을 불허하는 내용을 EU 탈퇴협정에 넣었다. 올해 말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양측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적용받게 된다. 영국이 아무런 협정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와 다름없는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브렉시트는 일단락됐지만 영국과 EU가 직면하게 될 협상은 만만치 않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