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이 올해 한국 수출 전선에 ‘먹구름’으로 떠올랐다.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큰 국가들이 중심에 있다는 게 문제다. 한국은 지난해 중국과 홍콩을 상대로 591억3300만 달러 흑자를 거뒀다. 11년 연속 무역수지 흑자의 밑바탕에는 중국과 홍콩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한 폐렴 확산 우려로 중국의 소비가 위축되면 한국 무역수지에 곧바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장은 영향이 적다지만 장기화할수록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무역수지는 392억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2009년부터 11년 연속 흑자다. 무역수지는 전체 수출액에서 총 수입액을 뺀 금액이다. 지난해 수출 실적이 전년 대비 624억5000만 달러 줄었지만 실속을 따져 보면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한국이 무역수지 흑자 기록을 이어간 배경에는 중화권이 있다. 28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가장 컸던 곳은 홍콩(301억3900만 달러)이다. 중국과 베트남이 각각 289억9400만 달러, 271억600만 달러로 뒤를 이었다. 이들 가운데 한 곳만으로도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가장 컸던 일본(-191억6300만 달러)을 상쇄할 수 있을 정도다.
올해는 이런 상황에 돌발변수가 생겼다. 우한 폐렴이 중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어서다. 중국은 물론 홍콩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전염성이 강한 감염병은 공포를 부르고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만든다. 중국과 홍콩의 소비가 위축될수록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우한 폐렴 사태가 길어지면 무역수지는 올해 악화 경로를 걸을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산업부는 이날 ‘감염병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TF는 주요 경제단체와 연계해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역할을 맡는다. 경제단체들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수출을 포함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 분석해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을 세워둔 상태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수출계약 파기 등의 영향이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장기화하면 파장을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