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경제에 돌발 리스크 된 우한 폐렴

입력 2020-01-29 04:02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의 초기 방역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하루에만 중국 전체에서 확진 환자가 1700여명이나 늘었다. 사망자도 100명을 넘어섰다. 확산 속도가 2002~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 때보다 훨씬 가파르다.

아직은 낮은 치사율, 중국 정부의 총체적 노력 등을 고려할 때 비관론에 빠지기엔 이르다. 그렇지만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해 보인다. 최대 피해자는 당연히 지난해 성장률 6%에 턱걸이한 중국이다. 미국과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서 중국 정부는 내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미 1년 중 큰 대목인 춘제 연휴 특수가 실종됐고 사람들이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외부 활동을 줄이면서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게 생겼다. 그 기간이 얼마일지가 문제다. 사스 때를 참고하면 경제활동이 최소한 2~3개월 이상 크게 부진할 수 있다.

한국 경제에도 날벼락이다. 오는 3월로 예상되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과 맞물려 연초부터 중국 특수 기대감이 고조됐는데 허사가 됐다. 정부는 올해 연간 외국인 방한 관광객 수 목표치를 2000만명으로 잡고 있다. 관광 등 ‘내수 위주’ 성장으로 대외환경 악화를 넘는다는 전략인데 출발이 좋지 않다. 중국은 한국 수출품의 26%가 향하는 최대 시장이라 전염병이 장기화하면 제조업도 타격을 받을 것이다. 반등 기대감을 키우던 수출이 다시 꺾일 수 있다. 사스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확산은 그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0.2~0.3% 포인트 낮췄다고 한다. 설 연휴 끝나고 첫 개장한 28일 코스피지수가 3% 넘게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도 동요하고 있다.

1분기에 민간 성장동력을 살려 올해 성장률 목표 2.4%를 이루겠다는 정부 계획이 돌발변수를 만났다는 건 분명하다. 경기 반등의 모멘텀이 다시 늦춰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철저한 방역을 통해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 게 급선무다. 동시에 실물경제와 금융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대책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시민들과 기업은 정부 조처에 적극 협력하면서 냉정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