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서울지하철 허리 휜다… 작년 2억7400만명 무임승차

입력 2020-01-29 04:07

지난해 서울 지하철 무임승차 인원이 1300만명(연인원) 이상 증가했다. 65세 이상 어르신이 대부분으로, 이 같은 현상은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무임승차는 서울교통공사 적자의 구조적인 원인이 되고 있어 중앙정부 지원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8일 서울교통공사가 배포한 ‘2019 수송인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지하철 1~8호선 전체 무임수송 인원은 2억7400만명으로, 전체 승차 인원의 15.5%를 차지했다. 운임으로 환산하면 3709억원이다.

무임수송 인원은 전년 대비 1300만명 이상 늘었으며 무임승차 비율도 0.6% 포인트 높아졌다. 무임승차 증가 인원 중 65세 이상 어르신이 1225만명(94.2%)을 차지했다. 무임수송 인원은 매년 증가 추세이며, 특히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65세 이상 어르신의 무임수송 인원과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공사는 설명했다.

계속 늘어나는 무임수송으로 인한 손실에 대응하기 위해 공사는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시철도법 개정 등을 요청해 왔지만, 기획재정부 등의 반대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국철 구간을 운행하는 코레일의 경우 무임수송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주는데,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구간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서울시는 65세 이상 어르신의 무임승차를 노인복지의 일환으로 보고, 중앙정부가 그 비용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지하철역 중 지난해 승객이 가장 많이 이용한 역은 2호선 강남역(일평균 14만1597명), 홍대입구역(12만9199명), 잠실역(11만8244명) 순이었다. 반대로 수송 인원이 가장 적은 역은 9호선 둔촌오륜역(일평균 1529명), 2호선 도림천역(1979명), 신답역(2048명) 순이었다.

전년 대비 수송 인원에 큰 변화를 보인 역도 눈에 띈다. 8호선 송파역이 전년 대비 일평균 승객이 6321명(73.0%) 증가해 1위를 차지했고 5호선 거여역(12.8%), 8호선 문정역(12.5%)이 뒤를 이었다. 모두 서울 동남권에 위치한 역으로, 떠오르는 역세권으로 불리는 곳이다. 반면 4호선 남태령역(-42.6%), 5호선 올림픽공원역(-22.3%), 종합운동장역(-15.5%)은 승객이 가장 많이 감소했다.

요일별로는 평일 중 금요일이 일평균 857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월요일이 803만명으로 가장 적었다. 일요일과 공휴일은 평일 평균치(827만명)의 절반 수준(53.8%)인 445만명에 그쳤다. 시간대별로는 출퇴근 시간대인 오전 7~9시, 오후 6~8시가 전체 이용객의 약 3분의 1(32.4%)을 차지했고 심야 시간대인 밤 12시~오전 1시(0.6%)가 가장 적었다.

호선별로는 일평균 222만명이 이용한 2호선이 전체 노선 수송량의 29.8%를 차지해 가장 많은 승객을 실어날랐다. 2위인 7호선(일평균 104만명)의 배를 넘는 수치다. 모든 호선에서 수송 인원이 증가했으나 전년 대비 평균 1%대 증가율을 보인 타 노선과 달리 8호선은 4.1%로 주목할 만한 증가폭을 보였다.

공사는 올해 예정된 5호선 연장구간인 하남선(강일~하남검단산)의 개통 준비에 만전을 기하면서 다양한 외부 행사에 대비한 특별수송계획 수립, 자체 이벤트 등으로 지하철 이용 승객을 꾸준히 늘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