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수능위주 정시 비중
서울의 이른바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 비중이 40% 이상으로 확대된다.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에 적용된다. 2022학년도까지는 ‘권고’에 그치지만 2023학년도부터는 정부 재정지원과 연계된 ‘의무’ 사항이다.
정시 인원은 얼마나 증가할까. 28일 종로학원하늘교육 분석에 따르면 이들 16개 대학의 정시 선발 인원은 2만412명이다. 올해 고3이 되는 학생이 치르는 2021학년도보다 5625명 늘어난다(표 참조). 특히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정시 확대 규모가 크다. 서울대는 2021학년도 대비 608명 증가한 1344명을 정시로 뽑는다. 고려대는 899명 늘어난 1667명, 연세대는 343명 증가한 1480명 규모다. 세 대학에서만 1850명 늘어 모두 4491명을 정시로 선발할 전망이다.
이는 교육부가 설정한 ‘하한선’을 기준으로 산출한 수치다. 수시에서 선발하지 못하고 정시로 이월하는 인원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인 정시 비중은 45% 안팎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는 2019~2020학년도에 평균 7%가량을 수시에서 뽑지 못하고 정시로 선발 인원을 넘겼다. 이런 추세가 2023학년도까지 이어진다면 연세대의 정시 실질 선발 비율은 47%까지 늘어나게 된다. 서울대는 5.8%, 고려대·서울시립대 5.4% 수준이다.
그렇다고 이들 대학이 정시 비중을 50~60% 수준으로 급격하게 끌어올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대학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선호한다. 대학이 선발권을 갖는 데다 학업성취도와 모교에 대한 충성도에서 학종 입학생이 더 높다고 본다. 교육부도 정시 쏠림을 원치 않는다. 이른바 ‘조국 사태’로 울며 겨자 먹기로 정시 비중에 손을 댔기 때문에 이들 16개 대학이 정시 40% 수준만 지켜주면 만족이다. 따라서 이들 대학의 정·수시 비중은 45대 55 내지는 50대 50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비교과는 질, 수능 모드 전환 신중하게
학생부 변경 사항도 눈여겨봐야 한다.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의 골자는 학교 정규 교육활동을 강화하고, 비교과 영역인 ‘자동봉진’(자율활동·동아리활동·봉사활동·진로활동)을 축소하는 것이다. 교과 활동에 방과후활동 내용을 적지 못하고, 소논문 실적도 금지했다. 자율동아리는 연간 한 개, 교내 수상은 학기당 1개씩이다. 진로희망분야는 기재 가능하지만 대입 실적으로 제출할 수 없다. 팔방미인형 스펙보다는 진로 맞춤형으로 선택과 집중이 더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자율동아리나 교내 대회 수상 실적을 노린다면 지원학과의 전공적합성을 잘 드러내는 활동에 집중하는 게 유리하다.
내신 성적이 더 중요해졌다. 내신 등급은 물론이고 교사들의 주관적 판단 영역인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까지 영향력이 커졌다. 교육부는 비교과 영역 축소에 따른 대안 중 하나로 세특 기재를 의무화했다. 비교과보다는 정규교육 과정 내에서 학생이 어떤 성취를 이뤘는지 더 반영하라는 대학에 보내는 암묵적인 메시지다. 세특에는 과목별 수업 태도, 학업 역량, 발전 가능성 등이 쓰이므로 학종을 염두에 둔 학생이라면 나쁜 내용이 적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첫 단추는 고1 첫 중간고사다. 상위권으로 올라갈수록 내신 성적을 만회하기 어렵다. 6등급에서 3등급으로 올리는 것보다 3등급에서 2등급으로 올리기 더 어려울 수 있다. 물론 학종은 말 그대로 종합평가다. 전체 내신 성적의 평균 등급도 반영하지만 전공과 관련 있는 과목의 학업 역량을 더 중요하게 볼 수 있다. 고1~3학년 성적이 상승 곡선을 그리는 게 하향 곡선을 그리는 것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다. 첫 중간고사를 망쳤다고 좌절하긴 이르다.
고교 초반에 내신 성적을 만회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면 수능 중심 학습으로 과감하게 전략을 수정하는 방법도 있다. 수능이 고교 교육과정 안에서 출제된다고는 하지만 공부의 결이 조금 다르다. 수능은 암기 위주인 고교 정기고사보다 통합교과적인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로 상위권을 변별하고 있다.
판단은 신중해야 한다. 정시 비중이 45% 안팎으로 늘어나더라도 재수생 변수가 존재한다. 상대평가인 수능은 누구와 경쟁하는지도 중요하다. 대입을 둘러싼 여건이 수능 고득점자들의 대입 재도전을 부추기고 있다. 고교생 수는 줄었는데 주요 대학의 정시 비중은 늘어나고 있다. 2022학년도부터 6년제 약대 입학의 길도 열린다. 37개 약대 1700여명과 의치한의대 및 수의예과 등 의학계열 전문학과 선발인원이 6500여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