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은행장 사태 계기로 낙하산 근절 방안 내놓아야

입력 2020-01-29 04:03
‘낙하산 인사’로 논란이 된 윤종원 기업은행장에 대한 노조의 출근 저지 사태가 마무리됐다. 윤 행장은 지난 3일 임기를 시작했지만 노조의 시위·농성으로 26일간 서울 을지로 본점 집무실로 출근하지 못한 채 인근 금융연수원에서 업무를 봐왔다.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의 윤 행장은 은성수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다. 10년간 이어진 내부 승진 전통을 깨고 외부 인사를 수혈하자 노조가 반발한 것이다. 하지만 노조가 더불어민주당의 유감 표명 등을 수용해 28일 투쟁을 끝냄에 따라 윤 행장은 29일 본점으로 첫 출근을 하게 됐다. 이번 출근 저지 기간은 2013년 이건호 국민은행장(14일간) 경우를 훨씬 넘긴 금융권 최장 기록이다.

윤 행장 임명을 둘러싸고 비판의 표적이 됐던 건 정부·여당의 ‘내로남불’ 인식이었다. 야당 시절인 2013년 박근혜정부가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을 기업은행장에 내정하자 “관치는 독극물이고 발암물질과 같은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해 낙마시켰음에도 집권 이후에는 표변했기 때문이다. 2017년 대선 당시 금융노조와 맺었던 ‘낙하산 인사 근절’ 정책협약도 깨버렸다. 노조가 정부·여당의 사과와 재발방지책 등을 요구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겠다. 결국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유감을 공식 표명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하면서 일단락된 것이다. 노사는 전날 회동해 사태 수습 방안과 함께 노조추천이사제 추진 등이 담긴 공동선언문도 마련했다.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인선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기업은행장은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면 끝이다. 이에 반해 시중은행은 중립적인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은행장 적임자를 찾아 나선다. 물론 임추위가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건 또 다른 문제다. 기업은행장 인선 절차는 아예 깜깜이다. 이 때문에 2017년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기업은행장 선임 절차 개선을 권고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사도 개선 노력이 미흡했다. 차제에 정부·여당은 기업은행을 포함해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근절을 위한 개혁 방안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