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해 사람을 붙여주신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최기주 간호사가 그런 경우다. 2014년 심장센터가 문을 열고 분당 서울대병원 심장수술팀이 왔을 때 팔로사징후(TOF)라는 복합적인 심장기형을 가진 7세 여아 쓰레이삣이 있었다.
수술은 잘됐지만 폐에 물이 차기 시작했다. 폐에 물이 차면 죽을 수도 있다. 팀은 돌아갈 시간이 됐고 상태는 점점 안 좋아졌다. 팀은 돌아가면서 이 아이는 아무래도 어렵겠다고 했다. 심장수술은 수술 후 중환자실 치료가 아주 중요하다. 인공 심폐기를 돌렸기 때문에 수술 후에 24시간 또는 48시간 내에 모든 신체기능을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이는 한국에서도 까다로운 일이다. 당시 헤브론병원에 이것을 할 사람이 없었다. 캄보디아 간호사 중에도 없고 한국 사람 중에도 없었다.
그때 미국 UC샌프란스코대학병원 간호사가 헤브론병원을 찾았다. 헤브론병원에서 심장수술을 한다고 하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보러 왔다고 했다. 돌아가는 길엔 헤브론병원을 도와야 한다는 강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최 간호사는 심장수술 중환자실에서 10년 동안 일했다고 했다. 최 간호사가 몇 날 밤을 새우면서 거의 죽어가던 쓰레이삣을 살려냈다. 엄마도 금식하면서 중환자실 앞에서 일주일 내내 기도했다. 이 아이는 기적의 주인공이 됐다.
병원에서 죽는 아이들도 간혹 있다. 아이들이 잘못되면 우리도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해진다. 하지만 하나님은 곧 우리를 회복시켜주시고 사명을 계속 감당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
요즘 병원에는 하루에 300여명이 찾는다. 초기에는 모두 무료였지만 요즘은 200여명은 무료, 100여명은 일부 비용을 받는다. 유·무료는 우리가 분류를 안한다. 자기들이 알아서 줄을 선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돈을 낼 수 있는 사람과 낼 수 없는 사람이 병원에 오는 시간에 따라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가난한 환자들은 진료 전날 저녁 6~7시쯤 병원에 오기 시작한다. 보통 3~4시간 걸려 온다. 교통편이 마땅하지 않기 때문에 동네 근처에서 헤브론병원에 오는 차편이 있다고 하면 그것을 타고 온다. 자주 있는 정기 교통편이 아니다 보니 하루 전날 미리 출발해 밤에 도착한다.
우리는 이들을 위해 대기실을 잘 만들었다. 대기실엔 화장실과 샤워실도 있다. 정수기도 놓고 빨래도 할 수 있게 했다. 적은 날은 50여명 많게는 100여명이 대기실에서 잔다.
새벽에 오는 사람들도 있다. 아침 7시가 되면 200여명이 모인다. 그러면 선교사 또는 캄보디아 목회자, 신학생들이 이들을 대상으로 1시간 동안 예배를 드린다. 8시가 되면 접수한다. 이들은 무료 또는 거의 무료다. 아침 8시를 지나서 오는 이들은 대부분 유료 쪽에 줄을 서게 된다.
무료와 유료의 비율이 대략 2대 1이다. 처음 7년간은 모두 무료였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병원 운영을 위해 일부 유료화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 유료라 해도 시내 다른 병원들에 비하면 적은 비용이다. 예를 들어 엑스레이 한 장 찍는데 1달러다.
다른 수입으로는 건강검진이 있다. 캄보디아 사람 중에는 교육 연수나 국제결혼 등의 이유로 한국에 오려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 이들은 헤브론병원에서 유료 건강검진을 한다. 요즘은 캄보디아 회사원들의 단체 검진도 증가하고 있다. 헤브론병원은 크기로 따지면 캄보디아에서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서비스 질로 따지면 손가락에 꼽힌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