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잠복기에도 전염 의심·가공할 확산 속도… 사스 추월 시간문제

입력 2020-01-28 04:05
한 어린이 승객이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으로 향하며 비닐장갑을 낀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국내에서 네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 확진환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 환자가 급증하면서 2003년 세계적으로 774명의 사망자를 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위력을 넘어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발병지인 후베이성 우한에서 이미 500만명이 빠져나간 사실이 확인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잠복기에도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전염성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27일 오후 8시 현재까지 중국 본토와 홍콩·마카오·대만에서 2840명의 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왔고 사망자는 81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루 전보다 확진자는 867명, 사망자는 25명 늘어난 수치다. 의심환자는 3806명 늘어난 5794명으로 집계됐고, 중증환자는 461명으로 늘었다.

특히 환자 증가 속도가 빨라 이대로 가면 37개국에서 8000여명을 감염시켰던 사스 사태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한 폐렴 확진자는 지난달 31일 27명에서 지난 11일 41명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으나 지난 19일부터 급속히 늘어났다. 이어 23일 하루에만 확진자가 259명이나 늘었고 24일 444명, 25일 688명, 26일 867명으로 증가폭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런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1주일 정도면 사스 사태 당시의 감염자 수를 돌파할 수 있다.

실제 사스 사태 당시 중국 정부는 2002년 11월 처음 감염자가 발생한 뒤 5개월 만인 이듬해 4월 10일에야 사스 발생을 공식 인정했다. 허술한 대응을 지적받았던 사스 사태 당시 세계적으로 감염자가 8000명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1개월여 만에 3000명 가까운 감염자가 발생한 우한 폐렴의 확산 속도가 훨씬 더 가파르다.

게다가 우한에서는 발병 후 이미 500만명이 외부로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저우셴왕 우한 시장은 전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춘제와 전염병 사태로 500여만명이 우한을 떠났고 900만명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우한을 떠난 500만명 중 대부분은 중국 내 주요 도시로 이동했으나 해외로 떠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중국 제일재경망 분석에 따르면 우한 폐렴 발병 후 지난 22일까지 우한에서 해외로 떠난 항공기 승객은 태국이 2만558명으로 가장 많았고, 싱가포르(1만680명)와 도쿄(9080명), 한국(6430명) 순으로 조사됐다.

우한 폐렴의 전염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마샤오웨이 위건위 주임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사스와 달리 잠복기에도 전염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중위생 전문가인 닐 퍼거슨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교수는 우한 폐렴 감염자가 이미 1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고, 홍콩대학 신흥전염병국가중점실험실의 관이 주임은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우한 폐렴 감염 규모는 최종적으로 사스보다 10배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국무원은 우한 폐렴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자 이날 통지를 통해 춘제 연휴를 2월 2일까지 연장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 각 지역 대학과 전문대학, 초·중·고등학교, 유치원 개학을 연기하기로 했다. 상하이 시정부는 여기에 연휴를 1주일 더 늦춰 9일 자정으로 연장하는 강수를 뒀다. 베이징시와 시안시 등은 도시를 넘나드는 버스 운행을 중단시켰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