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 과정에 대한 감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은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23일 추 장관의 “날치기 기소” 발언으로 한껏 올라갔던 법무부와 검찰의 충돌 수위는 설 연휴를 거치면서 수면 아래로 잦아들었지만 이 사안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폭발성이 강한 이슈다. 일각에선 두 기관의 충돌이 이번 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단 추 장관이 ‘감찰’ 언급을 한 만큼 실제로 법무부가 이른바 ‘조국 수사팀’에 대한 감찰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법무부 논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를 수사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고형곤 반부패2부장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지시를 어기고 지검장 결재·승인을 받지 않은 채 최 비서관을 기소해 절차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최 비서관 기소는 윤 총장의 지시하에 송 차장검사 전결로 처리됐다.
최 비서관은 조 전 장관 아들의 허위 인턴활동 증명서 발급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법무부는 이를 ‘날치기 기소’라고 규정하고 “감찰의 시기, 주체, 방식 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감찰 대상은 송 차장검사와 고 부장검사 두 사람이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윤 총장 감찰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 대한 1차 감찰권은 법무부가 아닌 대검찰청에 있다. 대검이 감찰 결과를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면 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결과를 전하고 징계 등 제재를 청구하는 식이다. 설사 송 차장 등에 대한 감찰 결과가 나오더라도 윤 총장이 자신의 지시를 따른 수사팀을 처벌해 달라고 법무부에 청구할 가능성은 작다. 특히 개인 비위가 아닌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수사에 대해 법무부가 직접 감찰을 시행한 전례는 없다.
물론 법무부가 직접 검찰을 감찰할 수 있는 예외사유가 있긴 하다. ‘검찰이 자체 감찰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경우’ ‘감찰 대상자가 대검찰청 감찰부 소속인 경우’ ‘언론 등 사회 관심이 집중돼 검찰의 자체 감찰로는 공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법무부 장관이 감찰을 명한 경우’ 등으로 한정된다.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권 역시 법무부 장관에게 있다.
문제는 최 비서관 기소가 수사팀 의견에 반한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13일 취임한 이 지검장은 최 비서관을 기소해야 한다는 수사팀 의견을 듣고 “소환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결정을 보류했다. 이후 윤 총장이 면담 등을 통해 이 지검장에게 세 차례 기소를 지시했으나 이 지검장은 결재·승인을 하지 않았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찰청법상 검찰총장 권한과 책무에 따른 적법한 기소 처분에 대해 법무부가 감찰을 한다면 오히려 직권남용 수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법무부가 먼저 감찰 카드를 꺼내면 이 지검장에 대한 감찰 역시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법무부가 쥔 최후의 카드는 곧 ‘파국’을 의미한다는 것이 법조계 관측이다.
이 지검장의 ‘검찰보고사무규칙’ 위반 논란도 여전하다. 이 지검장은 최 비서관 기소 경위를 추 장관보다 하루 늦게 윤 총장에게 보고했다. 검찰보고사무규칙은 “각급검찰청의 장이 상급검찰청의 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동시에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 지검장은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법무부 장관에게 먼저 보고할 수 있다는 단서 부분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대검은 “윤 총장이 대부분의 사실관계를 알고 있었던 점이 ‘특별한 사유’라고 주장하지만 사실관계를 전혀 알지 못하는 서울고검장에게도 동시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사태는 수사 보고 과정이 모두 기록돼 있어 별도 조사가 필요 없다”며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은 감찰 사안인지, 규정 위반인지 법리적인 판단만 하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검은 법무부 조치를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대검 관계자는 “총장이 수사팀 손을 들어준 결정을 했다면 위법 부당하지 않은 지시”라며 “이것을 따르는 것이 검찰청법 규정이며 모든 공사 조직에 다 같이 적용되는 조리”라고 설명했다. 법무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중간간부급 인사에 따라 일선 수사팀 진용은 다음 달 3일 새로 짜여진다.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을 받고 있는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은 수사팀이 바뀐 다음 달 4일 이후에 출석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박상은 구승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