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공포가 커지고 있다. 국내 확진자 4명 중 2명이 무증상 입국자로 공항 검역을 그대로 통과했고, 초기 증상이 나타난 뒤에도 외부활동을 한 것으로 확인돼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국내에서도 우한 폐렴 사망자가 나왔다’는 가짜뉴스가 퍼져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서울역 대합실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마스크를 쓴 채 귀경하는 시민들이 줄을 이었다. 역사 내 곳곳에는 손세정제가 비치됐다.
역사에서 만난 황인용(40)씨는 “우한 폐렴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것 같아 연휴 기간 내내 큰집에만 머물렀다”며 “우한에서 입국한 사람들에 대한 관리 감독이 잘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후난성으로 여행가려던 계획을 취소한 조은희(57)씨는 “중국에서 우한 폐렴 확진환자가 3000명에 육박한다는 뉴스를 접했다”며 “정부가 뒤늦게라도 우한 지역에서 입국한 사람들에 대해 전수조사를 추진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불안은 국내 세 번째 확진자인 50대 남성이 지난 20일 우한에서 칭다오를 거쳐 입국해 26일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서울 강남구 일대와 경기도 고양시 일산 지역을 돌아다닌 사실이 확인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강남 및 일산 지역 커뮤니티에는 발열 등 초기 증상이 있었는데도 사람이 붐비는 곳을 여럿 방문한 이 남성을 비난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확진자 가족이 볼 수 있으니 자제하자’는 목소리도 일부 있었지만 공감을 얻지 못했다.
국내에서 우한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왔다거나, 정부가 공식 확인되지 않은 의심환자 사례가 SNS 등을 통해 퍼지면서 혼란을 부추겼다. 시민들은 정부 발표와 외신 보도 등을 공유하며 자구책을 찾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 포털 사이트에 새로 문을 연 ‘우한 폐렴 정보공유’ 커뮤니티에는 국내 확진자 정보와 이동경로, 예방 지침 글이 쉴 새 없이 올라왔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중국인 원아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도 될지 걱정”이라며 불안해 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교육청은 28일 개학하는 각급 학교의 경우 최근 우한을 다녀온 학생과 교직원은 증상이 없더라도 입국 후 14일간 등교중지 조치를 한다고 밝혔다. 등교중지 기간은 출석한 것으로 처리된다. 이미 개학한 학교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중국인의 입국을 당분간 금지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23일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중국인 입국 금지’ 국민청원에는 이날 기준 45만명 넘게 참여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기간만이라도 한시적으로 중국인 입국을 막자는 글에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훌쩍 넘는 인원이 동참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질병관리본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중보건위기를 선포하지 않았고, 선포하더라도 사람 간 교류를 금지하지는 않는다”며 “중국 전역에 대해 입국 금지를 할 만큼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불안감 조성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정부는 우한 폐렴 확산 방지에 적극 나서되 위험성을 과장해 공포를 조장해서는 안 되고, 시민들은 개인위생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극렬 황윤태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