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메르스처럼… 한국 경제에 또 찬물 끼얹나

입력 2020-01-28 04:03
마스크를 쓴 귀경객들이 27일 서울역에서 대합실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설 연휴기간 국내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 무증상·잠복기 감염자에 의해 검역망이 잇따라 뚫리면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감염병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높였다. 최현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이 연초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위험요소)로 급부상했다. 특히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신종 감염병 사태 이후 겪은 경제성장률 하락세를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부는 28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한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7일 전 거래일 대비 483.67포인트(2.03%) 급락한 2만3343.51로 장을 마쳤다. 하락 폭은 약 10개월 만의 최대치다. 한국과 중국, 홍콩, 대만 증시는 설 및 춘제 연휴로 개장하지 않았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170.36포인트(0.58%) 하락한 2만8989.73에 거래를 마쳤다. 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소비·투자심리 악화가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의 확산 정도와 장기화 여부에 따라 국내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본다. 김두언 KB증권 선임연구원은 “질병 이슈는 관련 시장 전문가가 없다고 봐야 할 만큼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소”라며 “중국 내수 침체로 인한 국내 수출기업 타격, 국내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으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전기 대비 마이너스(-)로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사스에 따른 여파로 2003년 2분기 한국의 GDP가 1.0% 포인트 정도 떨어진 것으로 추산됐다. 사스가 급격히 늘었던 2003년 5월의 수출 증가율이 일시적으로 크게 위축됐는데, 이를 사스 영향 때문으로 가정하고 추정한 값이다.

2015년 발생한 메르스 사태 때도 마찬가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메르스 영향으로 2015년 한국의 연간 GDP는 0.2% 포인트 감소했다고 추산했다. 당시 외국인의 국내 방문 규모는 5월 133만명에서 6월 75만명으로 반토막났다. 그해 2분기 성장률은 0.4%에 그쳤다. 잠복기(최대 14일)에도 전염이 가능한 우한 폐렴의 경우 과거처럼 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홍 부총리는 이날 긴급간부회의를 열고 “우한 폐렴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선제 대응이 중요하다”며 신속한 예산 지원을 지시했다. 정부는 또 방역과 금융·외환·실물경제 분야에서도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해 대응키로 했다.

최지웅 기자, 세종=이종선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