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中 우한시·후베이성 중국인 입국 금지 초강수

입력 2020-01-28 04:07
일본 유명 온천 관광지 하코네의 가게 상점에 내걸린 ‘중국인종 진입상점 금지’라는 안내문. 아사히신문 캡처

말레이시아 정부가 27일 세계 최초로 중국 우한시와 후베이성에서 오는 중국인의 입국을 일시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을 막기 위해 ‘중국인 차단’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거부하는 호텔과 가게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총리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우한시와 후베이성에서 오는 중국인들에 대한 입국 비자 발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현재까지 4명의 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왔다. 총리실은 다만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입국 금치 조치는 해제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말레이시아에 이어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몽골은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남쪽 국경을 폐쇄하고 대학 수업을 중단시켰다. 아직 몽골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몽골 정부는 우한 폐렴이 중국과의 국경을 통해 전파될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베트남 다낭의 한 호텔은 지난 24일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투숙을 거부했다. 베트남 일간 뚜오이째에 따르면 2개월 전에 예약했던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다른 숙소를 찾아야 했다. 호텔 측은 이번 조치에 대해 호텔 직원과 다른 투숙객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필리핀과 대만도 자국에 머물던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환국시키고 있다. 필리핀의 경우 지난 23일부터 우한이 봉쇄되기 전 직항 노선으로 입국한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귀국에 나서 이날까지 조치를 완료했다. 대만 역시 28일까지 중국인 단체관광객 6000여명을 모두 귀국시키기로 했다.

일본 가나가와현의 인기 온천 관광지 하코네에서도 한 과자가게가 중국인 관광객의 출입을 거부한 일이 보도돼 논란을 일으켰다. 과자가게는 지난 17일부터 ‘중국인 출입을 금지한다. 바이러스를 확산시키지 말라’는 내용이 적힌 알림판을 가게 출입문에 부착했다.

중국이 이토록 경계 대상이 된 배경에는 2002~2003년 세계적으로 다수의 사망자를 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가 우한 폐렴과 관련해 긴급 사태를 발령할 경우 중국의 책임을 요구하는 여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선제적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중국인을 잠재적 전염병 전파자로 단정하고 거부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인종차별이나 혐중 감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