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공포에… 유통업계·면세점 또 직격탄 맞나

입력 2020-01-28 04:05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 네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27일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명동의 한 약국 앞에서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다시 악재를 만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백화점, 쇼핑몰, 마트 등에 방문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조짐이 보인다. 올 초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의 한국 방문이 늘면서 한한령(한류 금지령) 해제를 기대했던 면세점 업계도 다시 먹구름에 싸였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업계는 우한 폐렴이 업계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대신 인파가 모이는 공간인 만큼 조금 불편하더라도 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식으로 선제적 대응을 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백화점 대형마트 쇼핑몰 등에는 곳곳에 손세정제를 비치해뒀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은 사원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마스크를 착용하면 소비자를 응대할 때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위생을 철저히 하는데 비중을 더 두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마스크 착용이 고객 서비스에 어려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고객만족센터와 계산대에 ‘고객 여러분과 근무 사원들의 위생 건강을 위해 마스크 착용 중’이라는 안내 고지물을 비치했다”며 “연휴 이후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필요한 경우 추가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장 타격을 입을 만큼 우한 폐렴이 확산된 상황은 아니지만 불안감과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설 명절 연휴가 끝난 뒤라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사실상 비수기에 들어갔다. 매출이 떨어지더라도 우한 폐렴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만한 상황도 아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우한 폐렴을 둘러싼) 현 상황의 위중함을 잘 알기 때문에 지금 매출 감소를 우려하는 건 조심스럽다”면서도 “이 상황이 길어진다면 11월부터 서서히 끌어올린 분위기가 다시 꺾일 수 있기 때문에 걱정은 된다”고 말했다.

감염병이 유통업계에 악영향을 미친 전례도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이 유행했던 2015년 6월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이 전월 대비 16~27%, 전년 동월 대비 10~12% 정도 하락했다. 메르스 확산 우려가 고조됐던 약 2주 동안 특히 매출 하락세가 두드러졌으나 메르스가 어느 정도 잠잠해지면서 다시 회복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비슷한 시기에 온라인 쇼핑몰은 오프라인 매출 감소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다. 고기류 등 신선식품, 햇반 라면 등 가공식품, 샴푸 린스 등 생활용품 판매가 급증했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2015년에 비해 지금은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이미 크게 증가한 상황”이라며 “우한 폐렴 때문에 이커머스 업계 매출이 급격히 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면세점 업계는 울상이다. ‘사드 보복’ 이후 몇 년 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면세점 업계는 최근 유커 관광이 되살아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기대감에 휩싸였다. 지난 7일 이후 식품 업체 직원들과 초·중학교 학생이 적게는 500명 많게는 5000명까지 한국을 다녀갔다. 업계는 한한령 해제를 기대했으나 ‘중국인 입국 금지’라는 국내 여론을 맞으며 다시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