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펜션 가스 참사… 아직도 ‘후진국형 事故 공화국’

입력 2020-01-28 04:03
대학 입시를 마친 서울 대성고 학생들이 강원도 강릉의 펜션에 투숙했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3명이 숨지고 7명이 치명상을 입은 게 2018년 12월이다. 보일러 연통(배기관)이 부실 시공돼 그 틈으로 배기가스가 새 나왔다. 이런 상태인데도 완성검사가 나오는 등 점검과 관리도 엉망이었다.

1년여 만인 설날에 이곳에서 멀지 않은 강원 동해시 펜션에서 또 가스 참사가 일어났다. 가스 폭발로 여행 온 일가족 5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일가족 중 첫째·넷째 자매 부부 4명과 셋째 자매 등 5명이 숨졌다. 나머지 자매와 사촌 등 2명은 전신화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한마디로 펜션에 숙박하러 갔다가 일가족이 몰살당하게 생겼다. 사고 원인이 완전히 밝혀진 게 아니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크다. 폭발사고가 난 객실의 가스 배관 중간밸브에 막음 장치가 없었다고 한다.

사고가 난 펜션은 영업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숙박업소인 사실도 확인됐다. 사고가 난 건물이 1968년 냉동창고로 지어진 뒤 1999년 2층 일부를 다가구주택으로 용도 변경했으나 영업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영업을 해왔다는 것이다. 소방 당국은 지난해 12월 동해시에 불법 펜션 영업 사실을 통보했지만, 동해시는 조처하지 않았다. 동해시는 “소방당국의 불법 영업 통보는 받았으나 적발 뒤 (업주가) 개선할 수도 있고 해서 일괄적으로 조처하려고 기다렸다”고 한다. 1년 전에 인근에서 펜션 참사가 발생했는데도 이렇게 대응했다. 동해시 공무원들이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더라면 이번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한 다리만 건너도 서로 아는 좁은 지역 사회라서 눈치 보고 봐주기 행정을 한 것 아닌지 의구심까지 든다.

이번 사고는 법과 규정을 나 몰라라 한 업주의 비양심, 지방자치단체의 무책임과 늑장 행정, 가스 시공과 안전 관리 부실 등이 얽혀 일어난 총체적 인재다. 가스 누출이나 폭발로 여행 온 학생과 가족이 무더기로 죽는 곳을 결코 정상적인 사회라고 할 수 없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년 연속 3만 달러를 넘었다고 자랑할 게 아니다. 시민들이 안전하게 여행하고 숙박할 수 있도록 하는 건 정부의 기본 중 기본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