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이 국내에도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중국 로밍 데이터가 감염 경로 파악에 활용되고 있다. 이통업계는 질병 확산 방지에 빅데이터를 비롯한 ICT(정보통신기술) 관련 정보를 정부에 제공하는 등 총력 지원에 나서는 모양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가 질병관리본부에 제공한 중국 입국 로밍 정보가 ‘우한 폐렴’ 능동감시대상자 추적에 활용되고 있다. 정부는 초기 발병 지역이 중국 우한 일대로 비교적 한정돼있는 만큼 로밍 정보가 해당 지역을 방문한 이들을 파악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밍이 국가 단위로 서비스가 제공되는 만큼 지역 구분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출입국 정보와 머물렀던 숙소 예약정보 등을 연계함으로써 우한 지역 방문자의 이동경로 추적에 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통신 빅데이터 활용은 2015년 전 세계를 휩쓸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사태 때도 이루어졌다. 당시에는 KT의 로밍 정보만을 이용했기 때문에 전체 방문자 파악에 한계가 있었던 반면 이번에는 3사의 로밍 정보를 모두 활용해 감염 경로 파악에 나서고 있다. 이통 3사는 2017년부터 감염병 위험지역의 로밍 정보를 파악해 보건 당국에 제공하는 등 감염병 확산방지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ICT를 활용해 전염병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은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KT는 2016년부터 GEPP(감염병 확산방지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로밍 데이터를 확인해 감염병 우려 지역을 다녀온 여행객을 추적하고, 감염병 예방법을 문자메시지로 보내 확산을 방지하는 내용이다. 발병국에 머물렀다는 정보를 검역 당국에 알림으로써 감염에 노출된 국민을 조기에 관리할 수 있고, 위험 지역을 방문한 국민은 감염병 정보와 예방법을 간편하게 확인할 수도 있다.
KT는 현재 케냐와 라오스, 가나 등 국가와 협력을 맺고 GEPP를 운영 중이다. 2018년 가장 먼저 시작한 ‘GEPP 케냐’ 서비스는 케냐 보건부와 현지 1위 통신사업자인 사파리콤 간의 데이터 교환을 통해 운영된다.
이번 우한 폐렴 사태에서도 중국과의 협력이 최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로밍 서비스를 신청한 국민에 한해서만 사태 파악에 나설 수 있어 한계가 있지만 점차적으로 전 세계 정부와 이통업계가 프로젝트에 동참할 경우 감염병 확산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