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기희생 없인 보수통합 어렵다

입력 2020-01-28 04:02
보수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통합은커녕 외려 분열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전광훈 목사와 태극기집회를 주도해온 자유한국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27일 “유승민당과 통합하기 위해 한국당을 해체하고 좌클릭 신당을 창당하는 데 반대한다”며 신당 창당을 선언해서다.

혁신통합추진위원회가 출범했을 때 보수진영은 한국당, 새로운보수당, 우리공화당뿐 아니라 안철수계 등 중도까지 모두 아우르는 대통합을 구상했다. 설 연휴 기간 발표된 KBS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가장 바람직한(찬성률 44.6%) 보수통합 모델이다. 그러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보수통합 불참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4자 통합 실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다.

남은 선택지는 ‘한국당+새보수당+우리공화당’이나 ‘한국당+새보수당’ 등인데, 시너지 효과를 거의 기대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두 경우 모두 찬성률이 20%에도 못 미쳤다. 앞서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한국당+새보수당’의 통합보수신당 지지율은 25.1%로 한국당 지지율(32.1%)에도 못 미쳤다. 외연 확장 없이 단순히 탄핵 전으로 돌아가는 ‘도로 새누리당’ 식 통합으로는 국민 호응을 이끌어내기에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설을 전후해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보수 정당들이 4·15 총선에서 대통합이나 선거연대를 해도 더불어민주당을 이기기 쉽지 않다. 하물며 지금처럼 사분오열돼서는 결과가 뻔하다. 그럼에도 보수 대통합 논의가 진척이 없는 이유는 기득권 고수에 있다. 저마다 상대의 희생과 양보를 요구할 뿐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

통합 주체들이 어떤 명분을 내세워도 논의의 초점은 결국 통합의 형식과 지분 싸움으로 귀결된다. 통합의 형식은 곧 지분과 연결된다. 대등한 통합이냐, 흡수 통합이냐에 따라 지분이 달라진다. 앞다퉈 1인 정당이 생기는 이유다. 보수의 변화와 혁신을 얘기하면서 이렇게 구태에 찌든 행위를 반복하니 국민들 사이에서 보수통합 자체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보수의 살길은 외연 확장에 달렸다 해도 틀리지 않다. 작은 기득권에 집착하다 보수 전체가 궤멸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