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수 첫 그래미 공연… 강렬함 뽐낸 BTS

입력 2020-01-28 04:04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제62회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에서 래퍼 릴 나스 엑스(가운데)와 함께 ‘올드 타운 로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그래미 어워즈 첫 무대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한국 가수 최초로 팝계 최고 권위를 지닌 그래미 어워즈에서 공연했다는 점에서 한국 대중음악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BTS는 2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제62회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에서 릴 나스 엑스, 빌리 레이 사이러스 등과 함께 ‘올드 타운 로드 올스타즈’ 무대를 펼쳤다. 그래미 후보에 오르진 못했지만 특별 무대를 꾸미게 되면서 극적으로 출연이 성사됐다.

리더 RM은 인터뷰에서 “(공연할 거라) 기대하지 않았었다. 그래미에는 후보 지명이 안 되면 퍼포먼스를 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드 타운 로드’ 무대가 마련돼 릴 나스 엑스와 그래미 덕분에 무대에 서게 됐다”고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그래미 후보에 오르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전했다.

회전식 무대에서 BTS가 나타나자 관객석에선 함성이 터졌다. RM 슈가 제이홉은 릴 나스 엑스 등 래퍼들과 함께 어울려 ‘올드 타운 로드’를 비튼 ‘서울 타운 로드’ 랩 라인을 흥겹게 선보였다. 한국의 호미를 재치있게 거론한 가사가 인상적이었다. ‘내 가방엔 호미가 들었지(I got the homis in my bag).’ ‘호미는 철로 만들고, 한국 거고, 최고지(Homis made of steel, from Korea, they're the be-e-est).’ 이어 보컬 라인인 진 뷔 지민 정국이 후렴을 불렀다.

BTS는 전매특허인 ‘칼군무’는 아니지만 신나게 그루브를 타며 자연스러운 무대매너를 선보였다. BTS는 지난해 시상자로 참석한 데 이어 올해 퍼포머로서 2년 연속 그래미 무대를 밟았다. 좌석도 비욘세와 제이지 바로 뒷줄에 배정되는 특급 대우를 받았다.

BTS의 단독 무대가 마련되지 않은 점은 못내 아쉽다. 엠넷 생중계 진행을 맡은 DJ 배철수는 “한국 아티스트 무대를 그래미에서 보게 되다니 감개무량하다”면서도 “뿌듯하지만 다시 한번 아쉬움을 표한다”고 말했다.

올해 시상식의 주인공은 2001년생 여성 싱어송라이터 빌리 아일리시였다. 지난해 발표한 곡 ‘배드 가이’로 전 세계적인 히트를 친 그는 올해의 레코드상, 앨범상, 노래상, 신인상 등 주요 부문 4개상을 휩쓸었다. 이 4개 부문을 동시에 석권한 건 그래미 역사상 1981년 크리스토퍼 크로스 이후 두 번째다. 아일리시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2010년 20세에 세웠던 최연소 ‘올해의 앨범’ 수상자 기록도 새로 썼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