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줄기세포치료제로 미국·유럽 관문 넘는다

입력 2020-01-27 19:43 수정 2020-01-27 22:28
네이처셀 바이오스타줄기세포기술연구원의 연구원들이 채취한 지방 줄기세포를 배양·관리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네이처셀 제공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에 매진해 온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올해도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미국은 첨단 바이오의약품의 거대 시장이다. 상당수 기업들이 자사 제품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임상시험 및 판매 허가)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선점을 꿈꾸고 있다. 한국 바이오산업을 지칭하는 ‘K바이오’가 FDA 날개를 달고 해외 영토 확장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에선 오는 8월 28일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단재생바이오법) 시행이라는 호재가 기다리고 있다. 최근 인보사 사태 등으로 움츠러들었던 줄기세포치료제 연구·개발(R&D)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업계와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줄기세포는 ‘재생의료의 꽃’으로 불린다. 재생의료는 인체 세포나 유전자 등을 이용해 손상된 조직과 장기를 치료, 대체하거나 재생을 촉진하는 기술이다. 줄기세포는 인체를 구성하는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 가능하다. 스스로 자기와 동일한 형태 및 능력을 가진 세포를 복제할 수 있고 정맥 내 투여 시 손상된 부위를 스스로 찾아갈 수 있다. 뼛속 골수나 지방, 제대혈(탯줄혈액) 등에서 뽑을 수 있고 배아(수정란)에서도 만들 수 있다.


210여개 인체 세포로 분화 가능한 ‘만능성 줄기세포(배아줄기세포)’와 3~5개 특정 세포로만 분화되는 ‘다능성 줄기세포(성체줄기세포)’로 구분된다. 골수나 지방, 제대혈에서 유래된 줄기세포들이 대표적인 성체줄기세포에 해당된다.

한국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의 2018년 분석자료에 따르면 세계 줄기세포치료제 시장은 2017년 13억5000만 달러에서 연평균 16.5% 성장해 2023년에는 33억8000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줄기세포치료제 개발과 허가 제품은 무릎관절염 등 근골격계와 피부질환에 집중돼 있지만 최근 종양이나 신경질환 등으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미국은 엄격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줄기세포치료제 임상시험이 가장 많이 진행 중이며 일본은 개정된 규정으로 줄기세포치료제 연구를 가속화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도 미국 다음으로 중요한 줄기세포치료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줄기세포치료제 개발기업 가운데 네이처셀과 메디포스트, 강스템바이오텍, 파미셀, 안트로젠, 코아스템 등이 해외시장의 문을 적극 두드리고 있다.

네이처셀은 지방에서 유래된 줄기세포로 퇴행성관절염치료제 ‘조인트스템’을 만들었다. 지난해 말 FDA와 미팅을 끝내고 임상시험 ‘2b 및 3a상’ 신청을 2~3월 중 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해 초 미국에서 진행한 임상2상에서 조인트스템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고 이를 토대로 차상위 임상시험 준비를 마친 상태다. 현재 국내에서도 12개 대학병원에서 퇴행성관절염 환자 260명 대상의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줄기세포치료제는 투여 후 6주 정도 경과를 관찰하는 과정을 거친다.

네이처셀은 올해 한국 임상3상과 미국 추가 임상시험을 진행한 뒤 결과가 좋으면 미국 ‘RMAT(첨단재생의약품 개발 및 신속 승인 가속화 제도)’ 지정을 통해 일반 신약보다 훨씬 빨리 품목 허가(시판 허가)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인트스템이 FDA 승인을 획득하면 미국 FDA 관문을 뚫은 국내 첫 줄기세포치료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네이처셀은 이르면 2025년, 늦어도 2026년에는 FDA에 품목 허가를 신청하겠다는 계획이다. 네이처셀은 이밖에도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대상 줄기세포치료제 ‘알케이오스템’과 항암 줄기세포치료제 ‘바이로스템’, 척수손상 환자 줄기세포치료제 ‘아스트로스템’의 미국 임상시험도 추진 중이다.

네이처셀 관계자는 “우리 토종 기술력과 자본으로 개발한 줄기세포치료제를 통해 인류가 당면한 난치병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포스트는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치료제인 ‘카티스템’의 미국 FDA와 일본 임상시험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또 희귀질환인 미숙아 기관지폐이형성증 치료제인 ‘뉴모스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뉴로스템’도 국내와 미국 임상을 진행하거나 추진 중이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제대혈 유래 아토피피부염 줄기세포치료제 ‘퓨어스템 AD주’의 유럽 임상시험(1/2a상)을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줄기세포치료제는 모두 8개로, 그 가운데 절반(4개)이 한국 기업 제품이다. 줄기세포치료제 국내 임상시험도 2018년 10건에서 지난해 21건으로 크게 늘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